◆…26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분리매각에 대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김용진 기자)
총자산 국내 1위 우리금융, 3그룹으로 쪼개 7월부터 매각
시장 상황 최악…우리은행 등 자회사 매각 여전히 '안개 국면'
13년째 민영화의 출구를 찾지 못했던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오는 7월부터 계열사를 쪼개서 분리매각하는 방식으로 4번째 민영화가 추진된다.
사실상 2012년 말 현재 총자산 325조7000억원으로 국내 1위에 있는 거대 금융그룹 우리금융에 대한 공중분해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다.
26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남상구, 신제윤)는 제78차 회의에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방안은 지금까지 고수해 온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대신 조기 민영화에 방점을 두고 우리금융의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계열, 증권계열, 우리은행계열로 각각 나눠 조속히 분리매각을 하는 것이 요지다.
■윤곽 드러낸 우리금융 분리매각 = 공자위에서 내놓은 우리금융에 매각 방안은 분리매각이다.
우리금융의 자회사 14개는 지방은행(경남, 광주은행), 증권(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우리에프앤아이, 우리파이낸셜), 우리은행(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프라이빗에퀴티, 우리에프아이에스, 금호종합금융,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예보 또는 우리금융지주가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지방은행은 인적분할을 통해 각각 지주사를 설립해 은행을 합병한 뒤 매각이 추진되며, 증권계열은 우리금융의 지분 전체를 매각하게 된다. 지방은행과 증권계열은 당장 7월부터 매각절차를 개시한다.
우리은행계열은 순차적으로 지방은행계열의 인적분할 및 증권계열 최종인수자가 결정된 이후 지주와 은행을 합병해 은행형태로 전환한 후 예보가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증권계열 중 미매각 자회사는 합병 후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매각될 예정이다.
공자위는 분리매각과 관련 “물량 소화를 위해 시가 대비 할인매각이 불가피하므로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 불리하고 예보 지분 전체(56.97%)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3~5년이 장기간 매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자위는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회사에 대한 확실한 시장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자회사 분리매각이 실현가능성이 크고 민영화 3대 원칙(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에도 부합된다고 보았다.
시장수요에 따른 탄력적인 매각을 통해 개별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취 가능하고, 매각 규모 축소를 통해 잔존 우리금융의 매각 가능성을 높여 줄 뿐 아니라 분리매각 대상 자회사 소속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금융 바겐세일? 시장 반응 '갸웃' = 공자위의 분리매각이 발표된 직후 시장은 지방은행 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빠른 매각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우선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와 중국의 단기 신용경색으로 인한 증권시장이 침체하며 우리금융의 시장가치 또한 하락한 상황에서 조속한 매각을 위해 국내 최대 자산의 금융그룹이 염가에 바겐세일(?) 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의 경우 잠재적 인수대상자로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꼽히고 시중은행들까지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와 달리 증권, 보험, 은행 등 나머지 자회사는 여전히 인수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업권을 불문하고 업황이 안 좋은데 지방은행 등 일부를 빼 놓고 시장에서 제대로 매각이 될지 의문이다"며 "결국 무리하게 민영화를 서두르다 보면 과도하게 낮은 시장가에서 매각이 이뤄지며 논란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의 관계자는 "현재 증권가에 나온 매물도 넘쳐나는 상황에서 우리투자증권과 산은금융의 정책금융 강화로 인해 KDB대우증권 등 대형 매물이 나올 경우 시장에서 이를 받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현재 증권업의 상황을 보면 국내에서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곳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실제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총자산 24조2000억원으로 삼성증권(18조), 대우증권(24조), 현대증권(18조) 등을 제치고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기자본은 3조5000억원으로 그룹 내 비중은 6.9%에 이른다.
또 우리은행 계열로 분리된 우리카드는 총 자산이 4조2000억원이며 카드업계에서는 중하위권에 속한다. 은행에 포함돼 매각할 경우 업권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인수주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13년 묵은 민영화 과제, 남은 걸림돌은? = 정부는 당장 7월부터 지방은행의 인적분할 및 합병절차를 매각 절차와 동시에 추진하는 등 우리금융 민영화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계열은 지방은행계열과 동시에 매각절차를 진행하되 우리금융 이사회 결의 및 매각자문사 선정기간 등을 고려해 지방은행계열보다 1개월 늦게 매각공고를 실시키로 했다.
이후 우리은행계열의 경우 지방은행과 증권계열의 최종인수자 결정 이후 내년 초에 매각절차를 개시한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우선 우리금융의 무리한 분리매각을 우려하는 우리은행 등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방은행의 분리매각은 노조에서도 환영하며 지방은행 육성 차원에서 독립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도 "시장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시한을 정해 글로벌 순위 71위에 올라 있는 금융사를 장물아비가 아니고 급하게 내다 판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금융산업의 발전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선진국 출구전략 가시화, 저금리·저성장의 여파로 만신창이 되어 있는 금융업계의 상황도 우리금융의 조기 민영화에는 악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에 대한 일괄매각이 여의치 않자 분리매각으로 민영화 속도를 내겠다는 것은 상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우리은행에 대한 인수후보가 사실상 KB금융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중복점포에 따른 인력구조 조정, 금융업 침체에 따른 대형 M&A 부담감 상승 등 현안은 여전히 풀기 힘든 숙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