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이 진행되는 동안 줄기차게 '3선 불가'를 외치던 후보자도 '여성회장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화합을 내세우던 후보자도 결국 그의 독주를 막아내는데 실패했다. 본격적인 투표전이 개시되기 수 일전 극적으로 만들어낸 후보 단일화 효과도 결국 '신기루'였다.
제28대 한국세무사회 선거는 업계를 온통 벌집으로 만들며 3선 도전길에 나선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이 뜻을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정 회장은 51년 세무사회 역사상 유일무이(唯一無二)한 3선 회장으로 남게됐다.
정 회장이 얻은 표는 총 3683표.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서며 정 회장의 턱 밑을 위협했던 이창규 후보는 786표 뒤진 2897표를 얻었다. '잔다르크' 유재선 후보는 529표를 얻는데 그치며, 지난 2011년 선거에 이은 두 번째 고배를 들이켰다.
□ 단일화 효과 없었다…'네거티브' 고정표 벽 넘는데 실패 = 이창규 후보는 18일 첫 순회투표 개시를 나흘 앞둔 시점, 손윤 세무사를 끌어안고 극적인 단일화에 성공하며 '바람'을 일으켰지만 단일화 효과는 결국 신기루였던 것으로 증명됐다.
이창규 후보가 선거전 내내 사용한 '3선 저지' 네거티브 전략도 힘을 쓰지 못했다. 정구정 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고정표'의 벽을 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아무래도 정구정 회장의 고정표가 튼튼하다 보니 다른 후보들이 파고들 틈이 없었던 것 같다"며 "네거티브 전략만으로 정 회장의 인지도와 그동안의 업적을 깎아 내리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촌평했다.
또 "6개 지방세무회장이 이창규 세무사를 지지했지만 밑바닥(회원) 표심이 얼마나 흡수가 잘 됐는지가 중요했다"며 "부산과 대구에서 워낙 정 회장의 기반이 탄탄하고 젊은 층의 지지율이 높아 정 회장이 당선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의 여파가 결국에는 타 후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구정 회장이 지난 2011년 선거와 달리 압도적인 표차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일꾼' 이미지, 선거결과 좌우했다? = 일각에서는 이창규 세무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당히 선전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에게 쏠린 표들은 사실상 정구정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한 회원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
다만 3선 저지론이라는 정치색이 강한 선거전략이 오히려 부동층의 표심에 악영향을 준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현실적 측면에서 3선 출마 혹은 3선 저지보다는 먹거리 창출 등을 해낼 수 있는, 정 회장의 '일꾼' 이미지 부각 중심의 선거전략이 더 표심 자극에 주효했다는 것이다.
'일꾼' 이미지를 내세울 기반이 다소 약한 유재선 세무사가 500표가 조금 넘는 수준의 득표율을 보였다는 것에서도 증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당선의 영광은 안았지만…'가시밭길' 예고 = 비록 정 회장이 그토록 쟁취하려 했던 3선을 손에 쥐었지만, '탄탄대로'가 깔려 있는 모습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일부 세무사들이 정 회장의 부적절한 회비유용 등에 대해 검찰고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3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과정에서 빚어진 법적 논란이 여전히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3선 출마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정구정 회장에게 등을 돌린 이들을 끌어안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 회장이 향후 2년간 회무집행을 원활히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당선발표 직후 인사말을 하기 전 정기총회장을 찾은 회원들 앞에 큰 절을 올렸다. 그러면서 "회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회원의 화합과 통합을 이끌어야 했는데 (나로 인해)갈등과 분열이 일어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에 기뻐해야 하지만 굉장히 무겁고 착잡하다. 저의 허물에 대한 반성과 마음의 상처를 받은 회원들을 위해 큰 절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절 한 번 올렸다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정 회장 스스로 인정했듯 분열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회원들은 끌어안는데 실패한다면 정 회장이 그토록 원했던 2년은 그와 세무사 업계에 괴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