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퇴직연금은? 신입 사원vs중년층

"신입 사원 'DB'형, 중년층은 'DC'형 선택 유리"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공공 기관과 대기업, 금융권에 다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는 안정적인 퇴직연금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220명 중 156명(70.9%)은 금리가 낮아도 원금이 보장되는 것을 선호했다.

나머지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기를 선호했다.

또 전문 자산운용사에 퇴직연금 운용을 위탁하는 것에 대해 160명(72.7%)이 긍정적으로 답변한 반면, 스스로 직접 운용을 원하는 경우도 60명에 달했다.

퇴직연금 운용 성향은 직종별로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공공 기관과 대기업, 은행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대부분(95.1%) 안정성을 선호한 반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경우 55.6%가 고(高)수익률을 선호했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A씨는 "앞으로 금융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는 B씨는 "원금 보장을 추구하지만 굳이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수익률이 높은 것이 좋다. 노후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퇴직연금 운용 성향은 저마다 다 다르다. 특히 연봉이나 남은 직장 생활의 기간, 개인적인 투자성향에 따라 그 차이는 커진다.

전문가들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연봉이 높을수록 확정급여(DB)형을, 은퇴가 가까워오거나 연봉이 낮을수록 확정기여(DC)형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DB형은 은퇴 직전 3개월의 급여 평균에 근속 연수를 곱한 금액으로 원금을 산출, 연봉 인상률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유리하다.

또 기업의 재무팀, 즉 전문가가 운용하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주로 투자돼 금융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덜 받는다. 따라서 젊은 직장인일수록 적합하다.

예를 들어 25세에 취직한 신입 사원이 50세에 은퇴할 경우 운용 기간은 25년. 그 사이 주식시장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이 가능한 반면, 반대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DC형의 경우 연봉의 12분의1을 해마다 납입하면서 자율적으로 더 낼 수 있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을 하는 만큼 운용 수익률의 차이가 커 DB형으로 전환 시 원금 산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들은 중간에 DC형으로 전환할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

반대로 DC형은 근로자의 운용 능력에 따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항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연봉 인상률이 낮거나 짧은 기간 안에 수익률을 내야 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다. 또 중간에 자유롭게 적립금을 늘릴 수 있는 것도 DC형의 장점이다.

손성동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구실장은 "퇴직연금은 가입 근로자의 성향에 따라 유리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그렇지만 젊은 층은 DB, 중년층은 DC, 이렇게 획일적인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며 각자의 투자성향에 맞게 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은 DB형과 DC형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 하반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

예컨대 적립금의 절반은 DB, 절반은 DC로 가입하거나 기업과 근로자가 합의해 비율을 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또 55세 이상 등 일정한 사유를 제외하면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의무 이전해야 하며 15일 안에 조기 해지 시 수수료는 면제되도록 했다. 단,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추가 납입한 경우는 수수료 면제가 되지 않는다.

박성기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 부국장은 "퇴직연금 사업자와 가입자 간 권리 및 의무 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성장하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원자재, 신흥국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되는 퇴직연금 펀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전문가가 운용을 맡아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랩어카운트'(자산 관리)도 퇴직연금에 접목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DB대우증권·KDB산업은행·외환은행 등이 퇴직연금 랩어카운트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