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가 눈앞에 온 지금, 우리 사회는 은퇴 후 일자리 부족뿐 아니라 국민의 노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가 준비된 사람에게 '흐르는 시간'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며, 노후 대비를 잘하면 은퇴 후의 인생도 '제2의 전성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노후 대비 금융 상품은 3가지가 있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이 바로 그것.
의무 도입이 된 국민연금과 달리,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특권계층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선택적 가입에 따라 운용되는 만큼 고소득층 및 대기업을 위주로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해 더 많은 근로자들이 노후 대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꾸준히 해왔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현행 퇴직연금 제도를 알리면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퇴직연금 특집을 기획, 직장인 설문을 진행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퇴직연금 도입 8년. 퇴직연금 시장은 이제 중기(中期)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근로자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7월 1일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개정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퇴직연금을 보편화하고 가입 근로자를 늘리기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활성화하면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연금을 중간 정산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퇴직연금이 먼저 도입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들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대기업 위주로 가입이 이뤄지면서 국내 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제도에서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 노후 대비 퇴직연금, 어떻게 운용될까 = 퇴직연금은 회사가 가입을 선택하고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기업 대 기업(B2B)의 거래이다. 그래서 퇴직연금 거래에서는 회사를 가입자, 금융회사를 사업자라고 일컫는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안전한 노후 생활을 대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평균수명 연장이나 일자리 부족의 문제로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 금융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개인연금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 중심으로 가입되고 있는 실정.
퇴직연금의 경우 기업이 가입하면 근로자는 자동으로 가입이 된다. 기존의 퇴직금은 상당수의 근로자가 사업과 투자에 사용하거나 중간 정산을 받으면서 노후 대비 자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퇴직금과 다른 점은 퇴직연금의 경우 은퇴 후 급여가 매달 분할지급 되며, 적립금이 회사 내에 쌓이지 않고 금융회사에 쌓여, 기업이 도산해도 연금 지급이 안전하게 보장된다.
은행·보험·증권사가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일반 금융 상품과 퇴직연금 금융 상품은 따로 운용돼 이자와 수익률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A시중은행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정기예금을 퇴직연금 전용 정기예금으로 출시할 경우 통상 일반 정기예금보다 퇴직연금 정기예금의 금리를 더 높게 설정한다.
이는 퇴직연금이 길게는 30년까지 운용되는 상품으로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장기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면서 한꺼번에 큰 돈을 유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퇴직연금 전용 펀드의 경우 정부가 공격적인 투자를 못하도록 막고 있어,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서 일반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은 수도 있다.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은 여러 개의 금융회사를 사업자로 선정해 자유롭게 퇴직연금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만개를 기록중이다. 전체의 13.4% 수준에 그친다.
가입 근로자 수는 438만명으로 46%, 거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는 근로자 수가 많은 대기업 및 중견 기업들 위주로 가입하고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들은 대부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형소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과장은 "향후 정부는 도입이 더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확산에 집중하고, 퇴직연금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안정성? 수익성? 제대로 알아야 낭패 없다 = 퇴직연금 종류는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3개가 있다.
DB와 DC의 차이점은 적립 방식과 운용 주체이다.
DB형은 말 그대로 '급여'가 '확정'돼 있다는 뜻. 은퇴 직전 3개월 동안 받은 급여의 평균에 근속 연수를 곱한 것이 원금이 된다. 운용은 기업의 재무팀이 한다.
대부분이 보험이나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된다. 따라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지만 이자율이 낮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이자가 물가 인상률을 밑도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DC형은 '기여', 즉 근로자가 납입할 금액이 확정돼 있다는 뜻이다. 연봉에서 12분의1을 해마다 납입하고 원하는 경우에 추가 납입할 수 있다.
또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고르고 운용할 수 있어 운용 실적에 따른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수익률이 높으면 은퇴 후 돌려받는 연금의 규모가 달라져, 급여가 확정돼 있는 DB형과 큰 차이가 있다.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에 주로 투자돼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크지만,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퇴직연금 펀드의 주식 투자 비율을 50%까지 제한하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이 DB와 DC를 선택해 가입하지만, 최근 들어 둘 다 도입 후 근로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젊은 직장인들은 주식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해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를 위한 상품인 만큼 이는 바람직한 운용 방법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IRP는 퇴직금을 이미 받았거나 퇴직연금 비(非)가입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프리랜서 등이 가입할 수 있다.
이직 횟수가 빈번하거나 비정규직 근로자인 경우에도 유리하다. DC형과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직접 운용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