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조기종료 우려 등의 불안요인에도 지난달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여건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5년물 기준 중장기 외화차입 평균가산금리는 지난 5월 99bp에서 지난달 56bp로 하락했다. 또 3년물 기준 가산금리는 55bp로 전달보다 2bp 내려갔다.
또 국내은행의 단기 및 중장기차입 차환율은 각각 110.5%, 132.8%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1.9%포인트, 25.4%포인트씩 증가했다.
차환율이란 신규차입액을 만기도래액으로 나눈 비율을 뜻하며 차환율이 100% 이상인 경우 만기도래하는 외화차입금을 조달하는데 문제가 없음을 의미한다.
외환시장 안정은 미국 경기회복이 장기적으로는 호재라는 인식과 은행들의 중장기 자금 선조달 및 차입형태 다변화 등에 기인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분석.
엄일용 금감원 외환업무팀장은 "과거에는 외환차입이 주로 공모채를 통해 이뤄졌지만 지난달에는 사모채 발행 및 은행 간 차입 등 거래관계를 통한 조달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노재준 삼성선물 외환전략팀 부장은 "최근 무역수지흑자와 더불어 원화강세 움직임이 강해졌다"며 "양적완화 축소를 보류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달러회수에 대한 염려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단기외채지표, 은행차입내역 등을 보면 과거에 비해 외화채권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최근 유럽 등 위기에 처한 국가들로부터 차입한 금액도 줄어 국내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오는 17일(현지시간) 발표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하반기 통화정책 발표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시기와 관련해 미 정책당국의 입장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외화차입 여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은행의 자체 외화유동성 대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차입금 위주의 선제적 외화유동성 관리에 주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통한 외화유동성 확충노력과 차입금 만기다변화 지도 등을 통해 외화차입구조 안정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