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하방침 발표에 전국 시·도지사 '반대성명'
안행부 "3억 이하 주택만 인하" 절충안 제시…시장 '냉담'
지난 22일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율 '영구인하' 방향성을 밝히고, 내달까지 합의안을 내놓기로 방침을 정하면서부터 오히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취득세 인하 소급적용 여부가 불투명해 당장 거래절벽을 우려하는 부동산 시장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고,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보전 대책을 촉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지방세 분야 업무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는 재정을 고려한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 "재정대책 마련하라"…정부-지자체 '대립각' = 취득세 인하방안 발표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앙정부의 재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자체 운영의 핵심 젖줄이나 마찬가지인 취득세수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자치단체장들의 입장.
현행 지방세법상 취득세율은 9억원 이하 2%, 9억원 초과 4%로 설정돼있으나, 정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작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9억원 이하 1%(다주택자 2%), 9억원~12억원 2%, 12억원 초과 3%로 각각 취득세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른 지자체 세수결손 규모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안행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지속된 취득세 감면방안을 그대로 이어갈 경우 연간 2조9000억원 상당의 지방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009년 지방정부 세수보전 대책으로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지방정부 이전(지방소비세)비율을 현행 5%에서 단계적으로 20%까지 높이기로 했으나, 2010년 이후 5%에서 단 한 차례도 인상된 바 없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소비세 이전비율을 20%까지 올리겠다던 정부 약속이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별도의 재원마련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취득세율 인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거래활성화를 통한 자연스런 세수증대로 지방세 부족분을 어느정도 메꿀 수 있다는 정부와, 확실한 세수결손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자체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모양새다.
□ 안행부 '절충안' 제시…시장 반응 '냉담' = 정부는 아직까지 취득세 인하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세율, 감면범위 등)을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현행 법정 취득세율 자체를 내리겠다는 방향성은 제시했다.
취득세율 인하 시나리오는 현재 정부 내부에서 다방면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올해 6월까지 적용돘던 3단계 세율을 그대로 지방세법 개정안으로 하는 방안을 비롯해 1주택자 감면우대, 과표구간 재조정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 안행부가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1%의 취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무엇보다 지자체 재원보전 대책이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행부에 따르면 취득세율 인하범위를 3억원 이하 주택으로 한정할 경우 거래주택 60% 정도가 감면혜택을 받고, 이에 따른 연간 취득세수 결손 분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됐던 9억원 이하 주택 1% 취득세율 유지에 따른 세수 결손분(연간 2조9000억원)보다 약 1조1000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또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1%의 취득세율이 적용될 경우, 전체 거래주택 90%가 감면혜택을 받고 지방세수 결손규모는 연간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정부는 내부적인 지방세수 결손 시나리오를 토대로 취득세율 인하범위를 현행 9억원에서 3억원~6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한 모습이다. 특히 안행부가 제시한 3억원 이하 주택에 한정된 취득세율 인하는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취득세 인하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출 경우 수도권 외 지방이나 일부 다세대주택 등에 감면혜택이 돌아가겠지만, 수도권 내 상당수 주택은 거의 효과가 없다"며 "실제 거래활성화를 위해선 감면 기준을 6억원 정도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수도권에서 3억원 이하로 집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세수부족 문제로 취득세 인하범위를 조정하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거래활성화가 목적이라면 취득세 인하 기준은 6억원 정도가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