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편안 알맹이 없다" 재개편 촉구
새누리당, 일부 의원 반대 속 정부안 힘 실어줘
금융위원회가 23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기구로 설립하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치권 반응이 싸늘하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 관련 법안의 하반기 정기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이번 개편안은 본질을 간과한 미봉책으로 알맹이는 국회가 채워야할 판이다"며 혹평을 내놨다.
또 이들은 "금융위가 글로벌 금융위기·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노출된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 놓은 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확보에만 매달렸다"며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게 금융감독체계를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개편할 것을 촉구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성명서에 참여한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김영주, 강기정, 김기식, 김기준, 김영환, 민병두, 이상직, 이종걸, 이학영, 정호준 의원이다.
당초 정무위 소속 24명 위원 중 절반 이상이 금소원 설립에 찬성한다고 알려져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의 하반기 정기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이번 개편안을 '알맹이가 빠진 미봉책'으로 규정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금융위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인 금소원을 두는 것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입장이고 독립성의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일은 없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 측은 "실효성과 독립성이 있는 금소원을 만든다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금소원의 핵심은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금융위 산하에 있다는 것은 정책과 감독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민 의원 측은 "카드대란이나 키코,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문제가 정책문제 실패가 아니겠냐"며 "정책과 감독을 함께 할 수 없는데 금소원을 금융위 산하로 넣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8월 기관 업무보고와 9월 국회에서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묻고 따져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전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측은 일단 정부안에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금소원 설립 자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정부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다"며 "금소원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걱정인 것은 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들이 예기치 못한 후방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금감원과 금소원이라는 시어머니가 두 명 생긴 것"이라며 "금소원은 신설돼서 금감원과 경쟁을 펼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만 더 힘들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양 기관이 경쟁을 펼치다 보면 금융기관이 은행 신용도나 재정안정성을 올리기 위해 대출 심사 등을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고 힘이 약한 개인과 중소기업,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같은 여야 의원들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측은 정부안에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다. 당내 일부 이견이 있어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하지만 정부안을 따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인 것.
새누리당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안이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각자 주장은 다르겠지만 9월 국회에서 여야가 잘 협의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