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족을 상대로 하는 유흥업소가 심야영업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라면 그들의 심야영업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정당하게 신고하지 않았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에대한 세무조사는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단속된 오렌지족의 부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생각은 적절해 보이지 않아서인지 환영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9일부터 시행된 과외신고제와 관련 미(未)신고 과외교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내주부터 9월까지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청·국세청이 대대적인 합동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액과외 학부모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다.
정부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교육당국은 전국의 과외교사를 10만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는데도 지난 7월말 현재 고작 3천431명만이 신고를 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의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오는 7일 신고마감일을 앞두고 신고율을 올리기위해 말그대로 엄포를 놓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걸핏하면 정부의 정책실현을 위해 세무조사를 갖다붙이니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정부의 '과외사찰'방침은 지난 19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이 과외사찰 방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국민들의 납세의식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에게 비밀과외를 시키면 그 부모에게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이 모두 탈세를 하고 있음을 정부가 알고 있지만 아량을 베풀고 있는데, 비밀과외를 시키는 부모에게는 이러한 아량을 더 이상 베풀 수 없다는 논리가 그 바탕에 깔려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과외신고제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결정 이후 고액과외를 막기위해 도입한 일종의 고육책이다. 그러나 엄연한 교육활동을 단지 미신고 이유만으로 처벌하거나 범죄의식을 갖게만든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않는데 여기에다가 과외를 시키는 학부모에게까지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운운하며 군기를 잡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왜 과외를 할 수 밖에 없으며 또 신고를 왜 하지않는지를 파악해 처방을 내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현재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등 재학생들이 과외교사를 할 경우에는 신고에서 제외됨으로써 졸업생으로서 과외교사를 해오던 사람들의 경우 방송통신대학에 입학을 했다는 사례도 들리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뭔가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신고를 안할 경우 과외학부모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운운하는 것은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면 만사가 해결되던 군사정권시절의 발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세금은 국가의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징수하는 것이다. 세무조사가 오렌지족 부모에 대해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듯이 비밀과외 단속을 위해 사용되어져서도 안될 것이다.과외는 교육의 문제이지 세금의 문제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