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생전에 상속인 계좌로 입금한 돈은 상속인이 부모와의 공동생활비 등으로 지출되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재산으로 간주하여 상속재산에 더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모 사후에 상속받았다면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판결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최근 부모의 사망으로 재산을 상속받은 C씨가 동작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C씨의 항소가 이유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C씨의 아버지는 사망하기 전 아내의 계좌로 5500여만원을 입금했고, C씨 어머니 명의의 자기앞수표 5000만원이 C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계좌에 입금됐다. 그 후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망했고, C씨는 그 재산을 상속했다.
과세당국은 C씨를 둘러싼 돈 흐름을 추적한 끝에 사전증여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별도로 증여세를 과세했다.
C씨는 이에 대해 과세당국이 사전증여로 본 1억여원은 부부공동생활비로 비과세대상 증여재산이라고 맞섰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어머니 계좌에 입금된 돈은 가사비용과 보양 등으로 쓰였고, 어머니가 회사로 입금한 돈은 부모가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자동차 대금으로 사용했다"며 생활비는 상속재산가액에 더해서는 안되므로 과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어머니 계좌에 입금한 돈을 사후에 상속했다면 배우자상속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생전에 증여됐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상속받는 시기에 따라 상속세 납세의무의 범위가 달라지는 부조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과세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C씨의 어머니 계좌로 입금된 돈과 C씨의 회사로 입금한 돈이 모두 C씨의 아버지 계좌에서 인출됐다"며 '과세당국에 의해 증여자로 인정된 사람 명의의 예금이 납세자 명의의 예금계좌 등으로 예치된 사실이 밝혀진 이상 증여로 추정된다.(대법원 99두4028)'고 판단했다.
또 C씨가 생활비로 사용됐다고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좌에 입금된 돈이 생활비로 사용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부모가 공동사용하기 위해 자동차를 구입했다고 하는 주장 역시 C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C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우자공제를 두는 경우 공제 범위를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와 사전증여가 있었던 경우 이를 배우자공제에서 불이익으로 반영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상속인의 생전에 증여된 것과 사후에 증여된 시점에 따라 상속세 과세여부가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부조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C씨의 주장은 이유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