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국세청, "항소여부 신중 검토"
골드뱅킹(Gold Banking) 상품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 소득세를 부과했던 과세당국의 처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가했다. 골드뱅킹은 실물(금)거래인데다 열거주의를 채택한 현행 소득세법상 열거되지 않은 소득이기 때문에 과세가 불가하다는 논리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최주영 부장판사)는 최근 신한은행과 고객 100여명이 남대문세무서 등 34개 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골드뱅킹 상품은 고객이 은행에 원화를 입금하면 은행이 금에 투자(통장에는 국제 금시세 거래가격에 해당하는 그램(g)포 표기), 출금 요구시 이익분을 금 실물 혹은 금액으로 지급받는 상품. 수 년전 국제 금시세가 폭등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끌어 모았던 금융상품이다.
쟁점은 고객이 국제 금시세 상승으로 얻은 이익이 금 가격 변동과 연계해 미리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이익을 얻는 파생결합증권과 같은 배당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실물 금거래라도 매매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드뱅킹은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금을 매입하는 것이고 인출시 다시 고객이 은행에게 금을 매도하는 '실물 금거래'에 해당한다"며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한 현행 소득세법에서 금 매매차익은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배당소득에 해당하려면 미리 정해진 방법에 따라 발생한 수익의 분배금이어야 한다. 하지만 골드뱅킹은 금 가격의 변동과 연계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금 가격 변동 그 자체로 수익이 결정되므로 미리 정해진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2012년 기간 동안 신한은행이 골드뱅킹 고객들에게 지급한 이익이 금 시세 변동에 따른 매매차익에 해당한다며 신한은행에 배당소득세 원천징수분 및 법인세, 고객에게는 이익분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각각 부과했다.
당시 국세청은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과세논리를 확보, 문제 없음을 확인한 후 과세했고 조세심판원으로부터 기각결정(납세자 패소)을 받아냈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과세를 위해 투입한 노력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
국세청은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