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약 먹튀", "대국민 사기극" 맹비난
새누리 "후퇴는 당연"…"점진 확대" 의견도
박근혜정부가 만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80%에게만 차등 지급한다는 방침이 밝혀지자 공약 후퇴 논란이 거세다. 야당은 총공세로 원안 고수를, 여당은 논란을 차단하며 국민 설득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은 핵심공약인데다 '약속'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공약 이행'을 거듭 확인한 바 있어 야권은 극렬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정부 방침을 백지화하고 원안을 통과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어 거듭 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3일 공약 후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 "공약 먹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 민주 "공약 먹튀, 정기국회 원안 관철" = 김한길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입만 열면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면서 정작 대선 때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던 복지와 교육 공약 등을 전면 백지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정책들을 모두 뒤집어 놓고 무슨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이제 국회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우리가 우려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먹튀'가 마침내 구체화되고 있다"며 "기초연금을 후퇴시키고 진영 장관이 속죄의 양을 자처하면서 이것을 물타기 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공약파기 문제는 장관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정 공약번복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사과하고 설득해야 마땅할 것이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려는 손톱만큼의 노력과 성의라도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약속 파괴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 태도일 것"이라고 공약 후퇴에 대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재원이 문제라면 부자감세 철회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재정 전문가들의 입장이고, 민주당의 대안정책”이라며 "이것은 철학과 의제의 문제이지 결코 재정의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진성호 원내수석부대표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기초연금 공약이 대선 승리만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면서 "집권 1년도 안 돼 대선공약들을 무효화한 대국민 사기극의 본말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4대 중증 질환 후퇴 논란이 있을 때도 이미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주장하고 우려했을 때는 '공약 후퇴는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제 와서 진영 장관에게 책임을 씌워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이미 후퇴 작전을 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만으로 기초연금 예산확보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정기국회 세제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부자감세 철회'와 기초연금 원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 "공약 후퇴는 당연, 국민 설득해야"…"점진적으로 확대" 의견도 = 반면 새누리당은 공약 후퇴 논란을 최대한 차단하는 데 주력하며 공약 후퇴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3일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로 논란이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초노령연금을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지속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우선 먹기는 곳감이 달다는 식의 방만한 '퍼주기'식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정책위 관계자도 "복지 공약과 관련해서는 인수위 때도 여러 차례 이야기가 있었고 이번에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4개월간 한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뜬금 없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원칙과 신뢰'를 상징으로 하는 박 대통령이 공약 수정을 하는 것에 대해 민심 역풍을 우려해 논란을 최소화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유일호 대변인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공약 파기라고 하면 대개는 전면 파기를 말하는 것인데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점진적으로 100%로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도 가능한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 전략기획측 한 관계자도 "공약이란 게 후퇴할 수 있는 건데 워낙 '약속'을 강조했으니 그만큼 수정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더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한 거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