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감에 따라 지난 2010년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인수과정에서 나타난 석연찮은 의혹들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가 새 정부 출범 초기인데다 지난 2010년 정기세무조사 이후 3년밖에 안된 점, 또 특별 세무조사 전담인 조사4국 정예요원들이 대거 투입된 점 등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 부실기업 높은 프리미엄 주고 인수...‘이상한 M&A’전문가도 갸우뚱
포스코는 2010년 3월 발전설비 해양플랜트모듈 제작 전문기업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전문가들도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의 M&A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2008년 리먼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가입한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부채비율이 9만7500%로 치솟는 등 부도직전까지 내몰렸다.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도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감사의견을 낼 정도였다.
하지만 포스코는 2010년 3월 이 같은 부실기업의 지분 40.37%(1234만 5110주)를 1593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포스코는 이때 유독 제1대주주인 전정도 회장의 지분 440만주에 대해서만 직전3개월 평균주가인 8300원선에 9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1만6300원에 사들여 특혜의혹을 자초했다.
▇ 포스코, 산업은행, 미래에셋 사모펀드의 제각기 다른 주식매매 단가... ‘왜?’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된 의혹은 당시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산업은행, 전정도 회장, 미래에셋 사모펀드와 인수자인 포스코의 일자별 주식거래를 살펴보면 전정도 회장으로부터 지나치게 비싼 값에 지분을 사들였다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성진지오텍 일자별 주식 거래 흐름도
첫 번째 의혹은 산업은행과 전정도 회장간의 신주인수권 헐값 매각 논란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11일, 보유 중이었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BW) 445만 9200주를 주당 9620원을 받고 전정도 회장에게 매각했다(도표 ①,②).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기 불과 6일전 이었다.
기업분석에 정통한 엘리트 집단인 산업은행은 포스코 인수 시 성진지오텍의 주가상승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약간의 프리미엄만 얹어 주당 9620원에 매각했다. 3월 11일 당시 성진지오텍의 주가는 1만350원이었고 포스코가 인수한 17일엔 1만3650원으로 6일 만에 약 30% 상승했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거래로 인해 최대 179억원의 추가 매매차익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이 차액은 BW를 사들인 전정도 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전된 결과가 되었다.
두 번째 의혹은 포스코가 같은 날(3월17일) 전 회장과 미래에셋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적용한 각각의 매입단가가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다.
포스코는 이날 전정도 회장 지분 440만주를 주당 1만6330원에 인수했다(도표 ③ ④). 그런데 같은 날 미래에셋계열 3개 사모펀드가 보유했던 주식 794만 5110주는 주당 1만1000원을 주고 인수했다(도표 ⑤ ⑥). 미래에셋보다 주당 5330원(48.5%)이나 더 비싼 값에 전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포스코는 이 차액만큼 전 회장에게 증여한 꼴이 되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주식인수 계약은 미래에셋과 체결했기 때문에 미래에셋과 전 회장 사이의 매각대금은 서로 간 합의를 통해 나눠 가진 것으로 포스코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발뺌을 했다.
하지만 M&A업계에선 미래에셋을 내세운 것은 일종의 돈 세탁 수법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부실기업 사주에게 약 290억 매각 차익 줘... 정치권 외압 가능성
전 회장이 이 과정에서 특혜 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의혹은 더욱 커진다.
전정도 회장은 445만9200주의 BW를 산업은행으로부터 주당 9620원에 매입한지 6일후 440만주를 꺼내 포스코에게 1만6330원에 판 꼴이 되었다. 보유주식수를 5만9200주 더 늘리면서도 돈을 들이기는커녕 오히려 290억원 가량의 현금을 더 손에 쥐는 ‘대박’을 터뜨렸다.
부실기업을 매개로 이뤄진 거래치고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거래라는 것이 M&A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전문가들은 전 회장에게는 싸게 팔고, 그 주식을 비싸게 사준 산업은행과 포스코 모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어 부도날 회사를 매각할 처지에 놓인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더 늘리면서도 거액의 현금까지 챙기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성진지오텍의 인수과정에 당시 정권의 실세가 개입되었다는 설이 제기되어 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권 실세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전 회장과 그의 유착관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과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등은 수상한 M&A라는 지적과 함께 정치적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 성진지오텍 인수 3년 시너지 효과 ‘의문’, 이번 세무조사에서 의혹 규명될까?
포스코는 2010년 3월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성진지오텍 인수로 포스코건설, 대우엔지니어링(현 포스코 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성진지오텍은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다. 또 포스코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도 미미해 과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기업인수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발생했다면 피인수 기업의 영업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기업가치가 높아지거나, 인수한 기업의 관련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야 되는데 그러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 있다.
성진지오텍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포스코와는 매입거래가 전부로 최근 3년 동안 거래규모가 매년 59.9억원 ~ 444.7억원으로 포스코 매출액의 0.04% ~ 0.11%에 불과하다.
또 포스코건설에 대한 매출도 17.4억원에서 최대 497억원 사이로 이 또한 포스코건설 전체매출의 0.03% ~ 0.79%에 불과한 수치다. 시너지 효과를 말하기에는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포스코에 대한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에서 이와 같은 석연찮은 의혹들이 명쾌하게 규명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