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연관된 뇌물수수 사건이 종종 언론지상을 가득메우는 등 논란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말처럼 남몰래 한 검은 거래가 꼬리를 잡혀 그동안 쌓아온 명예는 물론 인생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형법상 처벌도 처벌이지만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바로 '세금' 때문입니다. 현행 세법은 뇌물 및 알선수재, 배임수재로 획득한 재산적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뇌물을 받았다가 돌려준 경우에 발생합니다.
형법은 통상 뇌물을 받은 후 뒤늦게 돌려준 경우라도 이미 착수시점이 지났다고 판단, 형벌을 부과합니다. 그렇다면 세법은 어떨까요? 지금부터 소개할 사례가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습니다.
학교법인 이사장 A씨. 그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요.
□ 고통의 시발점, '은밀한 제안' = 학교법인 D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A씨는 지난 2005년, D대학병원 의료원장 B씨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D씨 자신이 의료원장 자리를 연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었죠.
당시 의료원장에 대한 임명권을 쥐고 있던 A씨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고, B씨로부터 두 번에 걸쳐 거액의 뇌물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꼬리가 길었던 A씨는 덜미가 잡혀 배임수재죄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추징금까지 맞는 등 톡톡히 죗값을 치르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세금. B씨로부터 두 번에 걸쳐 받은 금액을 과세당국이 소득으로 인정해 A씨에게 소득세를 부과한 것이었습니다.
형벌은 참을 수 있었지만 세금은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A씨는 '억울한 납세자' 신분으로 조세심판원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 A씨, "돌려줬다" vs 과세관청, "이미 소득 발생했다" = A씨의 주장은 전달 받은 뇌물을 소득세 고지 전 다시 B씨에게 반환했다는 것입니다. A씨는 "형사판결에 의해 배임수재 상당액을 추징당했을 뿐 아니라, 과세관청이 A씨에게 종합소득세를 고지하기 전에 이미 받은 뇌물 전부를 B씨에게 반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배임수재로 인한 소득이 전혀 없음으로 과세관청이 뇌물을 기타소득으로 보아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뇌물로 인해 소득이 발생했던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대한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A씨가 지난 2005년 뇌물을 수령할 당시 소득이 발생한 것이고, 그해 12월31일에 납세의무가 성립됐다"며 "비록 A씨가 형사재판 중 금액 전부를 B씨에게 반환했다 하더라도 납세의무가 성립된 후에 반환한 것이므로, A씨에게 부과한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심판원, "실제 소득 없다…세금부과 잘못" = 사실관계를 살펴 본 심판원은 A씨에게 실제소득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며 과세관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심판원은 "A씨는 수령한 뇌물 전부를 B씨에게 반환해 귀속된 소득이 없고, 불법으로 소득을 얻은 A씨가 자진해 소득세 과세표준 신고 등을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환시점에서 경정청구를 할 수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이와 같은 부분을 감안할 때,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할 당시에는 쟁점금액이 이미 반환돼 A씨에게 실제로 귀속되는 소득이 없다.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2중4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