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CJ그룹,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차명계좌 관련 비리가 속속 밝혀지며, 차명거래는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의 타깃이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주가조작, 시세조종에 이용하는 증권 범죄도 불공정거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의 대대적인 조사에 힘입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추징금 납부 계획이 발표되자, 차명계좌에 대한 논의는 더욱더 탄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여야가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상당수 추진중이나, 선의의 국민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가로막힌 상태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민병두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최근에는 안철수 의원도 차명거래 금지 법안을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차명계좌는 이번 국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발된 주가조작 중 61.87%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차명계좌 수는 1149개가 나타났다.
앞서 저축은행 비리에서도 차명계좌가 이용된 경우는 그 규모가 6조8000억원에 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행법이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를 허용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매우 조심스럽다.
금융실명제법 시행 이후에도 관행적으로 허용돼 왔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지키기 위한 가족 명의의 계좌, 동창회 자금을 운영하기 위한 공동 소유의 계좌 등은 탈세나 횡령, 불법적인 정치자금과 관련 없는 선의의 거래들인데 이들에게 피해의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법 이전의 차명거래란 김개똥, 김꽃순 등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이름의 계좌를 지칭했으나, 현행법은 합의에 따른 차명거래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차명거래가 문제라는 것은 여야, 정부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방법적인 문제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소수의 범죄를 찾아내기 위해 섣불리 처벌을 강화했다가 효과는 10%인데 부작용이 90%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차명계좌 금지와 관련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편, 정무위는 역대 차명계좌 범죄의 관련자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신동기 CJ그룹 부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