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일반근로자들은 탈세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원천징수 되는 월급 이외에 '뒷주머니'가 있다면 모를까, 탈세는 꿈도 꿀 수가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다르다. 과세망에 포착되지 않는 현금거래를 통해 소득을 숨기고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피해나갈 수 있다. 힘들게 번 돈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 아깝기는 마찬가지. 불평등 아닌 불평등에 근로자들의 박탈감만 커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국세청이 자영업자 중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벌어들이는 이들의 '돈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수 년에 걸쳐 세무조사를 통해 규제를 해도 이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욕망'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주 국세청은 52명의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현금거래를 통해 쌓은 검은 돈을 모처에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혐의를 포착, 단죄를 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진료기록을 삭제한 성형외과, 현금수입을 차명계좌나 개인금고에 넣어두고 입을 닦은 한방성형병원, 신고누락한 현금수입으로 다량의 금괴를 구입한 고급수입악기 전문 판매업체, 심지어 그림을 판 돈을 빼돌려 고가의 별장을 구입한 유명화가 등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 고객 치아는 곧 '金'…비양심 치과병원장 = 치과를 운영하는 A씨는 양악과 치아교정, 임플란트 등 소위 돈 되는 치료 전문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치과와는 별도로 3개의 산하 치과를 운영하면서 소득을 분산시켰다.
특히 할인·할부 조건으로 치료비를 현금으로 받은 뒤 직원명의 차명계좌에 입금·관리하는 수법으로 수 십억원의 수입금액을 신고누락했다. 진료기록 등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 디스크는 깨뜨린 뒤 실제 진료기록은 병원내 창고에 숨겨두고 있었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부과하고 조세범처벌법을 적용,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현금영수증 미발행 금액 부분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덤'.
□ 탈세 있는 곳에 꼭 있는 '차명계좌' = 성형외과 원장 B씨도 수술비 할인 조건으로 현금결제를 받은 뒤 돈을 친인척명의 차명계좌에 입금해 관리했다. 그가 숨겨둔 수입금액도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수 십억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전산자료는 모두 삭제했고 실제 수입금액 기록과 차명계좌 입금내역은 USB(이동식저장장치)에 저장해 꽁꽁 숨겼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에 수입기록이 미미하다면 당연히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법. B씨 역시 국세청의 그물코에 걸려 세금추징은 물론 사법당국 고발 신세를 면치 못했다.
□ 탈세 위한 '갑(甲)의 횡포' = 상가임대업자 C씨는 임대인이 갖는 우월적 지위(갑)를 십분 활용해 임차인에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 계약서상 나타난 임대료보다 초과해 받은 임대료 수 십억원을 신고누락, 세금을 탈루했다.
또한 수선비 등을 장부에 뻥튀기 기록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수입금액을 탈루했다.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C씨는 결국 탈루한 소득에 대한 소득세 등을 모두 토해내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