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금융 개혁…국감 '빅매치'

권력 교체 시기마다 등장해 온 금융감독기구 조직 개편과 공기업 개혁 문제는 올해도 금융권 안팎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국정감사가 열리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 KDB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를 5년 만에 다시 합치는 '정책금융 체계 개편'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여야 이견도 상당한 상황.

우선 금감원을 둘로 나누는 법안은 새누리당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야당의 경우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금융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단독 검사 및 제재권이 없는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발족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변경해 국무총리실 소속의 금융감독 행정기관으로 둔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기준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기관 인허가와 검사, 제재, 분쟁 조정 등 금융 감독 전반에 걸쳐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기본 정책을 수립하고 금융감독기관의 업무를 견제할 기구를 독립적으로 설치함으로써 금융소비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을 이원화시켜 두 기관에 단독 검사 및 제재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주창했다. 금감원에 금융건전성 감독 업무를 맡기고, 금소원이 금융 상품 판매에 대한 감시를 전담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그동안 금융위가 총괄해왔던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해 금융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금융정책부를 신설한다는 복안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경우 현재의 금소처를 닮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 금융감독위원회의 직속회의체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했다. 당 내에서도 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금감원 개편은 '제2의 금감원'이 될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역할을 두고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 임명직이 하나 더 늘면서 정부기관인 금융위의 권한만을 키울 뿐, 금융 소비자 보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 또 금감원과 금소원 내 갈등이 생기면서 피감기관들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커진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 개혁이 탄력을 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정감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동양 사태'로 인해 소비자 보호의 강화에 대한 논란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체계 개편 역시 첩첩산중에 있다. 지난 2009년 산은 민영화를 공약했던 정부가 다시 이를 번복하면서 정치권 논란이 거셌고, 대선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돼 국회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산은과 정금공을 다시 합치기에 앞서, 지난 4년간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평가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금융위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또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도 "산은 민영화를 위해 정금공을 분리시켰다가 민영화가 중단되니까 다시 합치는 것이 정책금융 개편이냐"고 비판하는 등 정책금융 개편과 관련된 의견 충돌을 예고했다.

나아가 산은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해외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 등 기술적인 검토가 없이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감을 일주일 앞둔 지난 7일 자진 사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