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이나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한 금융거래가 많아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큰 금액을 송금하기 전 혹시나 계좌 번호를 잘못 누르지 않을까, 긴장되는 경험은 한 번쯤 겪었을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는 이러한 송금 실수로 인해 반환 청구를 신청하는 일이 매우 자주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송금 받은 예금주가 달아나거나 잠적하면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일도 더러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가정주부 A씨는 KB국민은행 계좌로 1200만원을 송금하려다가 실수로 외환은행 계좌에 이체를 하고 말았습니다.
A씨는 외환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회수 절차에 대해 상담 받은 결과, 송금된 계좌의 주인이 대출금 5000만원을 연체한 탓에 지급 제한이 설정돼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외환은행 직원은 A씨의 돈이 대출금 상환에 사용될 수 있으니 조속히 가압류 신청을 하라고 안내했고 A씨는 법원에 채권 가압류를 신청, 계좌 주인에게 지급명령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A씨의 돈이 상계돼 결국 A씨는 1200만원을 날리게 됐습니다.
A씨는 금감원에 이 사실을 알리고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은행 측은 이에 반박했습니다.
착오 송금 수취인의 계좌는 연체로 인해 2011년부터 특수채권에 편입된 상태라 관련 예금과 상계적상에 있었고, 수취인이 착오 송금 사실을 인정하거나 예금 반환을 승낙한 사실이 없으니 상계 처리는 적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송금 직후 영업점에 방문해 회수 절차를 문의했고 은행원이 수취인 계좌에 지급정지가 걸려 있으니 가압류를 신청할 것을 안내한 사실로 미뤄볼 때 은행 측은 착오 송금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에서는 공공성을 지닌 자금 이체 시스템의 운영자가 이용자의 실수를 기회로 삼아 채권 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 권리를 남용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2010.5.27. 선고 대법원 2007다66088 판결)
한편, 모든 송금 실수가 다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실수로 송금을 받은 예금주가 잠적하거나 돌려줄 의사가 없으면 은행에서 이를 변상할 책임은 없습니다. 이는 수취인이 돈을 인출하기 전까지 형법상 횡령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법조계 관계자는 "길에서 주운 지갑의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경우 횡령죄가 적용되지만 은행 송금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