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 회장 등 다수 증인들 출석
"동양 사태에 묻혀 정책 검증 부족했다"
금산분리·우리금융 민영화·정책금융 짧게 논의
◆…사진 : 김용진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4일째인 17일, 금융위원회 국감장은 '동양그룹 부실 사태'로 시끄러웠다.
더군다나 이날은 법원이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하면서 관련자들이 대거 국감장에 출석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현재현(사진 왼쪽) 동양그룹 회장을 포함해 계열사 사장들, 시중은행장 등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직접 국감장에 모습을 보였고, 여야 의원들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질타했다.
그러나 동양사태 논란에 치중하느라 중요한 금융정책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동양 사태가 국감 시기와 겹치다보니 새 정부의 정책에 관한 점검이나 향후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면은 다소 부족했다"고 말했다.
■ "피해자 5만명, 저축은행 사태 2배" =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은 국감 시작에 앞서 "정책 및 감독의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오늘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금융정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조사 결과 현재까지 파악되는 동양 사태 피해자는 약 5만명. 피해자 수를 기준으로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2배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동양 사태를 보면 작년 저축은행 사태도 그렇고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정책 당국은 구조적 문제로 미루고 국회는 인재라고 질타하고 대기업 분 중 감옥에 가는 사람도 나올텐데 피해자들은 보호를 못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동양증권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당시 이승국 대표이사가 현재현 회장에게 동양관련 금융 상품 고객의 피해가 예상되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며 "금융위가 계열사 지원 목적의 CP를 규제하는 신탁업 규정을 없애면서 올해 들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CP가 1조7000억원이나 판매된 것은 사기 행각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이런 사태가 또 나타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들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날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현 회장은 "이 자리를 빌어 투자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투자자가 피해 입은 일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 "동양 사태, 결국 금산분리 강화로 번진다?" = 동양그룹이 계열사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부실 CP를 동양증권에서 과도하게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금산(金産)분리 문제로 번졌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금산분리 정책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완화됐다가 경제 민주화를 명분으로 다시 강화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들을 소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이 계열 금융회사를 사(私)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위원장은 "대주주와 거래 제한에 초점을 맞춰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 우리금융·정금공 등 '정부 4대 과제'도 도마 위 =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 정책금융 체계 개편도 국감장에서 거론됐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의 4대 과제 중 일부로 지역단체나 관련 기관들로부터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지역 균형 발전과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지방은행들을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지역의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해야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신제윤 위원장은 "소유에 대한 문제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역별 제한을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금융 민영화는)정부로부터 국민에게 환원하는 것이지, 지역에 환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한국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도 여당의 비판이 이어졌다.
금융위는 올 초 정책금융 개편 계획을 발표, 5년 전 분리시킨 KDB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통합하면서 한국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보류하되 한국수출입은행 중 일부 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위가 미리 답을 정해놓고 결과만 발표했다는 인상이 강하다"면서 "산업은행의 경우 4년 전 민영화한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다시 합친다고 하지 않냐.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