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 독자 신용등급 도입 필요성 역설
동양그룹 위기가 5개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로 일단락됐으나 시장에서는 부실기업의 회사채 의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은 독자적인 신용등급이 부재해 이러한 연쇄 부실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동양그룹 사태의 배경 분석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용평가사의 독자 신용등급 도입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진수 금융분석실 수석연구원은 "계열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감안한 신용등급 평가 관행은 동양그룹 사태를 키운 요인 중 하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상환 능력뿐 아니라 계열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평가해왔다.
동양그룹의 경우 그룹 전체의 채무 상환 능력을 감안해 신용등급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키웠다는 것이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실제적인 상환 능력이 과대평가되는 것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 감독 당국은 계열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적인 신용등급 도입을 추진한 바 있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양 연구원은 특정금전신탁의 파행 운용, 계열사를 통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판매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정금전신탁이란 투자자가 투자 대상 및 방법을 정하는 일종의 신탁이지만, 다수의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아 펀드와 같이 운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음법상 CP는 분할 판매가 금지돼 있으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하면 다수의 투자자에게 분할 판매를 하는 편법적 운용이 사실상 가능하기 때문.
예컨대 50인의 투자자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에서 사모로 발행한 100억원짜리 CP 1매를 편입할 경우 발행기업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또한 동양그룹 회사채 잔액의 약 99%는 동양증권에서 판매됐는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른 계열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 비중은 평균 14.3%~32.5% 수준이다. 동양그룹의 동양증권 의존도는 매우 과도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양 연구원은 "동양과 같은 부실기업이 지속적으로 시장성 차입을 할 수 있는 제도상 허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