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이동식 침대에 누운채 법정 출두
수천억원대 자금을 위장 계열사에 지원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 법률상 배임, 횡령)로 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서 일부 파기 환송된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한 공판이 29일 진행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부분에 대한 심리범위를 놓고 검찰과 김 회장측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회장측 변호인은 배임액 산정이 중복 계산된 부분이 있으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며, 사재를 털어 공탁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일반 피해자에 대한 변제 공탁과 구별해 특별한 양형 사유로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한 의미에 대해 한유통과 웰롭의 실소유에 대해 김 회장 소유라고 명백히 밝히지 않는 점을 강조하면서 검찰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검찰측은 '이익은 김 회장 일가에, 손실은 계열사에'라는 큰 틀 속에서 위장 계열사를 지원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임원 등 다른 사람 이름으로 차명소유 주식과 회사를소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유가 김 회장 일가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에서 두 회사의 실제 소유주가 김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 명백히 입장을 밝혔다며 변호인측과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파기환송 심리범위에 대해 앞으로 심리 과정을 통해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며 변호인측과 검찰측의 의견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외에도 양측은 김 회장의 양형참작 사유와 11월 7일 오후2시로 끝나는 구속집행정지 갱신 결정 여부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한편 구속집행이 정지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은 이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법정에 나왔다. 지난 4월 항소심 선고 후 6개월 만이다.
검찰은 김 회장을 다시 수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은 김 회장이 최근 낙상 사고를 당하는 등 건강이 매우 나쁜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조만간 양측이 추천·동의한 의사를 불러 의견을 듣고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서울대병원 의료진 4명을 대동하고 누운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턱 밑에 수염을 기르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모습은 6개월 전과 비슷했으나 상태는 다소 호전돼 보였다. 그는 법정에 25분 가량 머물렀다 퇴정했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받았다. 배임으로 인정된 액수는 1심의 3천24억원에서 1천797억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일부 지급보증을 별도의 배임 행위로 본 원심 판단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동산 저가매각으로 인한 손해 규모 등도 다시 심리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4일 김 회장에 대한 주치의 소견과 검찰측 관계인 등을 불러 몸 상태를 확인한 후 구속집행정지 갱신 여부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으며, 다음 기일을 11월 7일로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