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자마진 소폭 상승·대손비용 줄며 순이익 증가
성장 탄력성 떨어져 해외시장 등 수익 다변화 고민
이자수익 줄고 자본규제 강화…방어적 재무관리 부각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올해 6조원대로 주춤했다가 내년에 7조원대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이고 바젤Ⅲ 등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 등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우려의 충고들이 쏟아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0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2013년 금융동향과 2014년 전망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산업 환경변화와 전망'이라는 발제를 통해 내년도 은행업의 완만한 성장을 예견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도 순이자마진이 소폭 상승할 수 있어 이자이익은 증가하나 비이자이익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대손비용이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당기순이익은 내년 7조원 수준의 제한적 회복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의 전망은 내년 이자이익 38조원, 비이자이익 2조5000억원, 충당금 전입 9조2500억원인 경우 당기순이익이 약 7조4000억원 정도 될 것이라는 건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수준의 실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방어적 재무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성장성보다는 자산의 질적 제고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강화가 중요하다”며 “방어적 재무전략의 토대 위애 적극적인 성장기회를 모색하고 리스크관리와 고객에 대한 이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은 내년도 전망에 공감하면서도 업계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돌직구를 날려 눈길을 끌었다.
박 수석부행장은 "대기업들이 자본시장 접근성이 용이해지며 은행의존도가 줄어들게 되며 은행들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다 보니 경기민감도가 워낙 증가된 상황에서 탄력성이 떨어져 은행들이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국제화 이야기를 하면 가끔 왜 금융의 삼성전자는 없냐는 화두로 쉽게 접근하곤 한다"며 "씨티은행이 202년이 되었고 아시아에 진출한 지 101년이 됐는데 지금 금융에 삼성전자를 바라는 것은 이르며 시간이 걸리고 많은 숙제를 해 나가야 한다"며 금융의 섣부른 글로벌화에 대한 경계를 나타냈다.
박 수석부행장은 "인력구조나 경영전략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펼쳐야 하고 은행마다 지역이나 상품 등 특화된 모델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전략적 특화가 없는 가운데 단순히 대기업들과 동반 진출을 한다고 수익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원화의 국제화가 필요한데 자금조달을 외화로 하면서 국제적인 은행이 되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할 때 이러한 준비가 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최성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현실적인 은행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최성일 국장은 "국내 은행은 기본적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이 1% 이상 되어야 우량은행인데 아직 미달인 상태인데 이 경우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에 의존하는데 향후 대출의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바젤Ⅲ 등 자본규제로 자본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국내 은행의 어려움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올해 최악의 상황이 지나 내년에는 좋아질 것으로 보지만 얼마나 좋아질 지는 미지수다"며 "순이자마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최 국장은 "연체율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안정적이며 지난 6월 이후 가계 쪽 대출도 잡히기 시작해 3분기부터 좋아지고 있어 대손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은행들이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ROE가 1%로 올라왔는데 이는 대손비용과 판관비를 많이 줄이는 등 지겹도록 비용 통제를 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은 관계형 금융이며, 거래기업하고 은행하고 끊을 수 없도록 관계형 금융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제들은 가급적 과감하게 정비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진단도 전망도 정확한데 문제는 실천이다"며 "자본적적성은 괜찮은 편인데 향후 조건부자본시장을 늘리고 커버드본드를 도입해 은행들이 장기저리금리 공급이 원활하고 유동성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익성이 바닥을 찍었다고 하는데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며 "해외에서 길을 찾아보자고 하는데 해외 진출시 리스크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본점과 감독당국이 감시를 잘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현재 한국 은행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것인지 현실에 안주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국내 은행들이 눈을 감고 위기로 달려가고 있다고 하는데 체질 개선 문제는 결국 은행들이 알아서 잘 해결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