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법 개정안 정기국회 논의를 앞두고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모든 '신경세포'가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심사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집중되고 있다.
세제실의 1년 농사나 다름없는 세법개정안을 무리 없이 관철시켜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미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8월8일)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여론이 득세, 한바탕 홍역을 치른데다 휘발성이 큰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둘러싼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이래저래 '부담백배'인 상황인 것이다.
비록 발표 닷새 만에 기존 방향을 철회하는 등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정부의 세법개정안 핵심인 각종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중산층 세부담 증대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 정기국회 논의과정에서 정부 정책기조가 크게 꺾일 공산도 크다.
게다가 야당이 소득·법인세 감세철회(부자감세)를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태. 현 정부와 정반대의 정책기조를 밀고 있는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세제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난관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세제실은 대(對)국회 설득 논리가 담긴 답변자료 작성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 이외에도 의원입법안까지 합치면 100개가 넘는 세법을 심의해야 한다"며 "야당에서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날까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지막히 들리고 있다.
현재 정해진 국회일정을 감안할 때 12월 초순이 되어서야 세법심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문제에 대한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상임위 활동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12월 마지막날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고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가족들과의 따뜻한 연말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또 다른 세제실 관계자는 "이달 중순 대정부 질문을 이후 월말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등 상임위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여서 국회일정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민감한 법안들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논의를 통한 합의점 찾기도 쉽지 않은데, 국회 분위기도 냉각되고 있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올해도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를 국회에서 듣게 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