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국회 존중' 강조한 시정연설 무색, '청와대 대 야당' 구도로
여야'합의'와 국회 논의 '존중'을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첫 시정연설이 무색해질 정도로 여야 대치정국이 격화되고 있다.
검찰의 국정원 직원 트윗글 121만여 건 추가확인이 드러난 데다 청와대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뜻을 밝히면서 정국이 오히려 더 꼬이고 있는 것.
□ 특검은 무조건 '불가'…합의할 與 없고 청와대와 싸우는 野 = 새누리당은 특검 반대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표면적으로 이유를 대지만 그 이면에는 특검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경우를 우려하는 등 정권 정통성 훼손에 대한 부담이 강하게 깔려 있다. 때문에 '특검'만은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특검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선개입 의혹 일체에 대한 특검인데 뭐가 나올지 어떻게 아나. 지금도 계속 나오는데 만일 책임자 문책에서 지난 정부 사람이든 당 관계자가 연루되면 청와대나 당으로서는 난감해지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특검 불가 입장이 청와대와의 '가이드 라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8일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당 최고위는 긴급회의를 열어 국정원 개혁특위만 수용하기로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원회 당 소속 위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긴급 결정해 청와대 '교감'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새누리당이 아닌 박 대통령을 향해 '특검'을 압박하고 "새누리당에 특검 수용 지시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특히 21일 검찰이 국정원 트윗 글 121만여건을 추가 확인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 신청하면서 야당의 특검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오히려 "검찰의 엄정한 수사로 인한 결과"라며 "지켜볼 것"을 주장하고 있어 특검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靑, 문형표·김진태 임명 강행에 野 "향후 어떤 일 벌어지든 대통령 책임" 경고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 강행 역시 대치정국 장기화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문 장관, 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20일까지 요구했다. 청와대는 "법적으로 21일부터 두 후보자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임명 시기만 남은 상태다. 새누리당도 국회 임명동의안이 필요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임명동의안을 제출 안 하면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강창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며 민주당을 향해 "야당의 임명동의안 처리 불가 방침은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임명 강행과 관련해 민주당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향해 "야당의 견해를 묵살하고 속전속결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국회 인사청문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문 후보자에 대해 "장관으로서의 도덕성이나 자질에서 부적격자임이 이미 드러났다"며 "복지확대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이미 다 밝혀졌다. 아무리 봐도 부적격자인 이런 후보자에게 나라의 복지 열쇠를 맡겨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문형표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야당에 협력을 요구할 자격은 없다.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지든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는 점을 미리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