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수년째 펀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오히려 이를 피해 제도의 이점을 이용하며 불합리한 판매 관행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미스터리쇼핑이란, 금융회사 직원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지 감시하기 위해 조사원이 손님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스터리쇼핑을 의식한 금융회사들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가 인센티브 성격의 조사 면제를 부여받으면 여전히 편법적으로 판매 영업을 하고 있어 제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10월 2개월 동안 28개 금융회사의 570개 영업점에서 펀드 판매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총 15곳이 보통 이하의 등급(미흡 3개, 저조 2개)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010~2011년 2년 연속 양호 등급(80점 이상)을 받은 11개 회사 중 올해 또다시 양호 등급을 받은 회사는 3곳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0~2011년 양호 등급을 받은 곳에 한해 금감원이 지난해 미스터리쇼핑 조사 면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자 정보를 형식적으로 파악하거나 투자자 성향이 '위험중립형'으로 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 투자를 권유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또 펀드 판매 후 부적합한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거나 투자설명서 없이 구두로 투자를 권유하는 곳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센티브 성격의 조사 면제를 부여해 판매 과정에 조금 더 신경을 쓰도록 했으나, 금융회사들이 오히려 이를 이용해 1년 동안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면제 요건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판매 적합성 원칙 및 상품 설명 의무와 관련해 총 15개 항목이 점검됐다.
펀드 판매 실적이나 점포 수, 고(高)위험 상품의 판매 비중, 민원 현황 등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최근 1년 동안 공모펀드 판매 건수가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 곳과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불완전 판매 사태를 일으킨 동양증권에 대해서는 미스터리쇼핑이 중단됐다.
우수 등급을 받은 회사는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2곳. 둘 다 지난해 최하위인 저조 등급을 받은 회사들이다. 올해 첫 평가를 실시한 제주은행은 저조 등급을 받았다.
민경송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2팀장은 "우수 등급 금융회사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고 반면 미흡이나 저조 등급 회사에 대해서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뒤 이행 여부를 점검 후 현장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