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우선 허용 후 단계적 확대 필요해"
최근 국회는 경마장과 카지노 등 사행 사업장의 입장료를 올리는 개별소비세 인상안(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마장 개별소비세는 현행 500원에서 1000원으로, 내국인·외국인 겸용 카지노 강원랜드의 경우 3500원에서 7500원으로 인상한다. 경정과 경륜장 개별소비세는 200원에서 400원으로 오른다.
사행 사업장의 세율이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인상의 이유다.
문제는 입장료 결제 수단과 관련한 정부 법령이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운영, 사업장 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있어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지노 사업장 중 강원랜드, 또 강원랜드의 내국인 입장객에 한해 현금 입장료를 부과한다. 외국인은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다. 경마장도 마찬가지이나 한국마사회는 입장객 편의를 위해 선불 교통 카드를 허용한다.
정재연(사진) 강원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를 금지하는 것은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체크카드 사용마저 금지하는 것은 거대국영기업과 영세 사업장, 소상공인 사이를 차별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카지노 객장 내의 은행이나 현금인출기(ATM)에서는 현금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어 도박 부작용 예방의 취지에 어긋나는 소지도 있다.
정 교수는 "카지노의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하는 것은 보유한 금전의 범위 안에서 쓰라는 의미로, 빚을 내어 이용하는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의도에서 볼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수긍했다.
하지만 "과연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함으로써 도박 중독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빚을 이용해 사행 행위를 못하도록 제한하는 게 목적이라면 입장료와 이용 대가, 체크카드를 금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소유한 강원랜드의 경우 게임 칩(game chip) 구매뿐 아니라 입장료(1일 1회 구매, 무제한 출입)도 모든 카드 결제를 금지한다.
정 교수는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하되, 입장료부터 체크카드를 우선 허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이용 대가도 체크카드가 가능하도록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행 사업장의 입장료는 개별소비세를 포함해 교육세, 부가세 명목으로 전액 국가에서 징수하는 세금이다. 지난해 정부가 강원랜드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은 2314억원. 매출액 대비 세율은 19.1% 정도이며, 사행산업 전체 세율은 28.2%이다.
정 교수는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매출액 대비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며 "탈세를 포함한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