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기간을 과세당국 임의대로 연장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국회의 움직임에 국세청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발의한 '세무조사에 대한 통제 강화'(국세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여야의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과세당국이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 추가조사하고자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현재 세무조사 기간 연장사유는 ▲세무조사의 범위를 확대 하는 경우(시행령) ▲납세자보호관 등이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시행령) ▲조사대상자가 세금탈루혐의에 대한 해명 등을 위하여 세무조사 기간의 연장을 신청한 경우(시행령) ▲세무조사기간 연장에 대한 통제(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통제를 받지 않음)로 규정되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장사유 중 '세무조사의 범위를 확대 하는 경우'를 삭제하고 시행령을 법률로 규정해 세무조사기간 연장 사유를 축소하도록 했다.
또한 '세무조사기간 연장에 대한 통제' 사유의 단서 조항을 삭제, 모든 세무조사에 기한을 정해 필요한 경우에는 상급 세무관서의 승인을 받아 기한을 연장하도록 했다.
여야 의원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명목 하에 과세당국이 과도하게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 세무조사 기간연장 등으로 과세당국이 과도하게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세청은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 형성에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무조사를 진행 하다보면 조사범위를 확대해 추가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를 제한하면 효율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무런 제한없이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에 공감하고 있지만 시행령에 있던 연장사유를 갑자기 없애기는 어렵다"며 "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는지 생각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향후 조세소위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무조사 기한연장 제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한편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추진해왔던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 확대 법안도 여야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개인사업자에 대한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을 건당 거래금액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추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정부는 내년부터 현금영수증 발급대상을 10만원으로 낮추면 2014년 93억원, 2015년부터 4년간 매년 989억원씩 5년간 총 4049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내년에 당장 시행하게 되면 영세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대국민 홍보를 통해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의원들을 설득하면서 이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