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고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 속도에 발맞춰 걷기는커녕 숨 쉬며 살아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 삶의 방향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앞날을 결정짓고자 하려면 옛것을 공부하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옛것을 알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고전을 읽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옛 시절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도 아니고 과거의 향수를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도 아니다.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로 가는 올바른 길을 찾는 과정이 여기에 숨어 있다.
신간 '학자의 고향'(KBS '학자의 고향' 제작팀 지음, 서교출판사)은 지난 2011년 45회에 걸쳐 방영된 KBS '학자의 고향' 내용 중 정도전, 김시습, 황희, 윤선도, 정약용 등 기라성 같은 학자 16명의 이야기를 추려냈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설파한 사상가, 후학을 양성한 스승, 시대의 변화를 도모한 개혁가, 나라의 경영을 담당한 위정자였으며 우리 고유의 감수성을 꽃피운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의 삶과 행보는 오늘날 어지러운 세상, 리더십 빈곤을 겪는 우리 현대인에게 진정한 리더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 삼봉 정도전은 이방원의 지시를 받은 이숙번에게 처참하게 살해되었다. 우암 송시열도 유배지 제주도에서 서울로 호송되던 중 정읍에서 왕이 내린 사약을 마시고 죽어야 했다. 유배살이의 고독감과 제자에 대한 고마움을 '세한도'로 그려낸 추사 김정희는 척박한 제주도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야 했고, 실학의 거두 다산 정약용도 오랜 유배 기간에 형제들이 모두 천주교 박해와 귀양살이로 운명을 달리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앞날보다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선각자들이었다. 시대적 상황은 그들을 억압했으나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왕에게 간언했고, 명리를 버리고 민중 속으로 숨어들어 그들의 고단한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통해 '바른 정치'를 구현하고자 했던 실천적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당대의 사조와 결코 어울리기를 거부했던 새로운 사상과 학문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부한 시대와 맞선 이들의 응전 방식은 비전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일깨우는 한 줄기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이상요 책임 프로듀서는 "어지러운 세상, 리더십 빈곤을 겪는 오늘날 이들의 삶과 행보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다룬 모든 인물들에게서 피폐한 민생을 안정시키고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진정한 리더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383쪽. 1만7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