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인이 동일한 법인에 대해 일정기간 이상 감사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연속하는 9개 사업연도를 초과해 감사업무를 맡을 수 없도록 하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올해 마지막 정무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관련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김기식 의원은 2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회계투명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송광호 의원은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는 기업과 감사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행도 못하고 폐지됐다"면서 "그 결과 상위 4개 회계법인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등 회계시장 내의 독과점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 큰 문제는 이들 대형회계법인과 10년 이상 연속해 감사를 하는 기업도 늘고 있어 감사인과 기업 간의 유착관계가 견고해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의무교체 제도를 다시 도입해 회계감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인태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재의 모든 지정기업을 대상으로 감사인 지정 점수에 따라 회계법인을 순차적으로 배정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감사리스크가 비슷한 지정사유를 2~3개 그룹으로 구분해 각 그룹별로 점수에 따라 회계법인을 순차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사인 지정은 금융감독원이 산정하는 평가점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대형회계법인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황인태 교수는 "현재의 감사인 지정 점수를 그대로 사용하면 지정점수가 소진되기 어려워 대형회계법인에만 지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감사인 별로 점수를 계산한 후 두 개의 그룹에 50%씩 점수를 나눠 각 감사인에게 두 개의 동일한 지정점수를 배부해 그룹별로 각기 차감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수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수임기간이 길수록 감사품질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회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초도감사 시 감사품질이 하락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감사수임시간 만을 보기보다는 감사인의 산업전문성과 비감사서비스 제공여부,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등과 상호 연관시켜봐야 한다"는 시각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의무교체제, 비감사업무 제한 등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만으로는 감사품질을 제고할 수 없다"면서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고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관리제도의 정착,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의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 도입 내용을 담은 외감법 개정안은 오는 23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