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징역 9년 구형…내년 2월 6일 선고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계열사 자금을 이용한 횡령(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 등에 대한 파기 환송심이 26일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 변론, 김 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결심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대법원으로부터 파기 환송된 재판을 결심하고 내년 2월 6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승연 회장은 피고인 최후진술을 통해 "앞으로 더 나은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 회장은 이날 병상에 누운 채 마이크를 잡고 힘없는 목소리로 최후 진술을 통해 그동안 애써준 재판부와 변호사, 검사 등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이유에서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와 있듯이 한유통과 웰롭 등이 김 회장의 차명 회사임이 분명하며, 이 두 회사의 채무액 3000억 원이 모두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치부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실제 기소된 1700억 원 외에 무죄로 된 1300억 원 역시 지급보증액으로 변제하지 않았지만 실제 피해액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300억 원 역시 김 회장 개인 돈이 아닌 한화그룹 계열사의 돈이므로 계열사 주주나 투자자가 피해자라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검찰은 법인이 차명으로 법인을 소유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며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유통의 자회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실제 소유주는 김 회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김 회장측 변호인들은 검찰이 두 회사를 김 회장의 차명 회사로 전제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두 회사는 한화유통의 자회사로 두 회사의 채무를 다른 계열사가 지급보증하거나 채무를 변제한 부분에 잘못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특히 실제 피해액이 2600억 원이며, 이 돈보다 더 많은 돈이 공탁됐고, 피해 계열사들이 실제 공탁금을 찾아갔다며 이에 관한 서류를 증거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후 변론을 통해 검찰의 공소 내용을 일일이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여수 소호동의 부동산 저가매각의 경우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검찰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한화석유화학에서 웰롭으로 매각된 소호동 부동산의 경우, 환송심에서 재감정평가한 내용처럼 검찰측이 공소한 내용보다 저가로 평가됐다며 전체적으로 배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변호인들은 또 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 계열사의 어느 한 회사가 부실에 빠지면 지급보증을 섰던 다른 계열사에게도 종금사가 자금을 회수해가 전체 그룹이 도산하는 상황이었다며 부실사인 한유통과 웰롭의 채무 변제가 그룹 전체의 도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그 후 한화그룹은 차명 회사를 정리해 왔고,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한화그룹이 준법 경영을 위해 애써온 점을 양형사유로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들은 검찰의 구형에 대해 파기 환송 전 원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한 것은 모든 전제 사실이 유죄임을 전제로 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피해액만큼 모두 공탁된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리적으로도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에서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로써 대법원에서 지난 9월 파기 환송된 김 회장에 대한 환송심이 원심인 고법에서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재판부는 1심과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온 이 사건이 이로써 완전히 마무리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면서 결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