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1억원을 맡겨 놓아도 한 달 이자가 20만원 남짓이에요. 어떻게 정부가 국민들에게 저축해서 목돈 마련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5년 이상 펀드 투자를 하면 소득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이 새해 첫날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되자, 그동안 법 개정을 추진했던 금융위원회 한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던 이 법안은 지난 1년 내내 학계나 일부 정치권의 비판을 받으며 진통을 겪었다.
투자성 상품에 정부의 세수를 투입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예민한 문제였다.
한 야당의 국회의원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투기성 상품을 사라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펀드 투자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은행 이자와 비교하면 몇 배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금융 위기 때와 같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대량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 펀드 소득공제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금융위 관계자 말대로 이제는 저금리정책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장기화돼가고 있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고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은행 이자에 의존할 수 없게 된 현재의 금융 구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볼 때 펀드 소득공제 허용은 저소득층 근로자(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의 재산 형성을 지원할 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필패(必敗)하는 이유가 당장의 손실을 감내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매도나 환매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득공제 장기 펀드는 5년 안에 해지하면 소득공제 받은 세액을 다시 추징당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원칙,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자금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을 살리고, 또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