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이 최소 2명 이상의 세무사가 참여해야 '지점 세무법인'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세무사회 사업계획서에도 포함되어 있던 이번 법 개정은 세무법인의 대형화·전문화를 추구하고 명의대여 사무장을 근절하기 위한 방침으로, 정 회장은 이미 기획재정부 등을 통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세무사법은 5명 이상의 세무사가 있어야 세무법인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이름을 딴 지점 세무법인은 세무사 1인 운영이 가능하고, 이 때문에 1인 세무법인은 업계의 새로운 개업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사회 고위관계자는 "법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명 이상의 세무사로 운영되는 것이 맞고,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과 같이 전문성 강화와 더불어 고객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세무업계의 오랜 병폐 중 하나인 불법명의대여 사무장 근절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1인 세무법인 금지방침이 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폐업 후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겠다는 세무사들이 대부분이라 업계에 상당한 혼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 법 개정은 정 회장이 지난 2011년에도 추진했던 내용과 같은 것으로, 당시 정 회장은 각 지방을 돌며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회원 설득작업에 힘썼지만 끝내 반발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한 바 있다.
현재 1인 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이 같은 소식에 "만약 법이 개정된다면 당장 어디서 세무사를 구해야할지, 누구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대부분의 1인 법인들은 폐업 후 개인으로 다시 세무사무소를 차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무실 임대료를 반반씩 내는 장점은 있겠다"라며 "그래도 혼자였던 공간을 같이 쓰는 것은 서로 눈치 보이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강제로 동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세무법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형화와 전문화를 요구하는 정 회장의 취지는 이해한다. 또 세무법인의 간판아래 숨어 있는 명의대여 사무장을 발본 색출해 뿌리를 뽑을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세무사들의 특성을 정작 세무사회장이 모르고 있다"고 힐난한 뒤 "회계법인, 법무법인과 달리 세무법인은 각 세무관서 주변에 산개해 위치하고 있고 세무사 업무의 특성상 1인 자격사만으로 가능한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말 법 개정을 원한다면 적어도 회원들과 사전에 상의를 해가며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무법인 위상제고를 위한 긍정적 방안이라는 주장도 세무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대형세무법인 소속 관계자는 "1인 법인은 이름만 법인이지 개인사업자와 다를 게 없다"며 "영업에 유리하다고 법인만 이름을 빌려 쓰는 행위는 적절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무사 1인과 직원 몇 명으로 구성된 세무법인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무사 1인이 영업을 나가면 나머지 직원들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한다. 과연 법인이란 이름에 걸 맞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법 개정 추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