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구제 '총력'…"심판행정은 신중 또 신중"

지난해 조세심판원에서 처리한 조세불복 심판청구 사건은 7883건에 달했다. 2012년 심판청구 사건으로 접수된 6444건과 비교해서 1000건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불복사건은 늘어나는 가운데, 100명 남짓한 심판원의 조직력으로는 납세자들의 심판청구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기에는 한계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인력부족 등 여파로 납세자들이 불복한 사건에 대해 법정처리기한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심판원장의 성향에 따라 심판 결과가 좌지우지 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눈총'마저 받고 있다.

김형돈 조세심판원장(사진)은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자의적이라기보다 해당 사건이 납세자와 과세관청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조세심판원의 전체적인 조직 쇄신과 확충 문제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심판청구건수 등에 비춰 조세심판원이 가장 시급히 고민해야 된다고 판단, 모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심판청구사건 처리와 관련해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리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자세라 생각한다"며 "조세심판관회의에 대한 조정검토 과정에서 일부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신속한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Q. 최근 들어 심판원의 결정이 지나치게 국고 주의적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상대적으로 불복금액이 큰 대형사건의 경우 결정 자체를 지연시키는 등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심판원장의 성향에 따라 결정 방향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이는 진위여부를 떠나 권리구제 기관으로서 치명적인 인식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킬 방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 저는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리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자세라 생각한다.

일부 불복금액이 큰 사건의 경우 다른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자의적이라기보다 그 사건이 납세자와 과세관청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판결정에 있어 불필요한 처리지연은 있어서 안 되겠지만 불복금액이 큰 사건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세무조사와 심판청구를 준비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사건이라면 조세심판원 역시 이에 걸맞게 노력과 시간을 들여 양쪽의 의견을 듣고 신중한 검토와 토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납세자 권리구제 방식일 것이다.

또, 심판원장의 성향에 따라 결정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은 조세심판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조세심판관회의라는 합의체를 통해 그 결정을 도출해 내고 조세심판원장은 그 결정이 선결정례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검토해 합동회의 부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설령, 합동회의에 부의되더라도 그 결정권한 역시 조세심판관합동회의라는 합의체에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조세심판관회의에 대한 조정검토 과정에서 일부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신속한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심판원 직원들은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판원 수장으로서도 직원들의 전문성 함양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우릴 예정인지.

☞ 직원들의 전문성은 청렴성과 함께 조세심판원 내부의 양 기둥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성의 함양은 '교육'이라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사실 세종시와 세종청사는 종사 직원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교육에 있어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종사 직원에 대한 교육이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체 직원에 대한 교육이 힘들다면 국세청과 같은 과세관청에 대한 위탁교육과 같은 대안도 모색해보겠다. 

Q. 아픈 질문일 듯하지만, 안팎에서 심판원 조직에 대해 '정체된 조직'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모습들이 종종 목격된다. 심판원 나름대로의 속사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 전체적인 조직 쇄신 및 확충 문제가 절실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조직 쇄신 및 확충 문제를 해소할 '묘안'이 있는지.

☞ 조세심판원의 전체적인 조직 쇄신과 확충 문제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심판청구건수 등에 비추어 조세심판원이 가장 시급히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조세심판원의 전체적인 조직 쇄신과 같은 문제는 조세심판원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를 담당하는 여러 부서 등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정부의 조직 확대를 가급적 지양하는 추세에 비춰 쉽지 않은 과제이나 계속적인 노력과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

Q. 심판원이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지 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전 당시 서울 및 수도권 납세자들의 불편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 또한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 이외의 지방 납세자들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 '대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조세심판원의 세종시 이전은 수도권 납세자들이나 대리인들에 있어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행중인 영상회의장 제도나 소액사건에 대한 순회심판제도 등을 통해 수도권 납세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고 본다. 따라서 수도권 이외의 지역도 순회심판을 실시하거나 관련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영상회의장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겠다.

Q.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심판원 수장으로서 직원들과 납세자들, 조세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먼저 납세자분들께 조세심판원에 보여주신 신뢰에 깊은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뢰에 부응하고 납세자 권리구제를 선도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조세심판 제도의 개선 등과 같은 여러 분야에 대한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고언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항상 종사 직원 전원과 함께 고민하면서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조세심판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