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중국으로 대거 이동 우려
금융투자업계 "시장 상황 보면 시기상조"
'이중과세 방지 협약' 안한 국가들 타격 예상
여야가 주식시장 파생 상품 거래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업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거래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거래세 도입과 비교하면 한발 후퇴한 모양새이지만, 양도소득세의 경우 실질적으로 파생 상품 거래가 위축되는 간접 피해가 우려된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파생 상품 양도 시 차익에 과세했을 때 세수 증대 효과 및 시장 위축 영향을 검토한 뒤 오는 4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거래세 도입이 논의되면서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도소득세 논의가 새롭게 불거진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거래세에 비해 시장 위축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을 고려한 방안이나 여전히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파생 상품 시장은 한때 전 세계 1~2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으나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현재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 상품 양도세를 부과하면 시장에 개인 투자자 진입이 어려워진다. 기관투자자는 법인세 때문에 추가로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나 시장에 그나마 있던 개인들이 떠나는 경우엔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거래 규모 측면에서 보면 일정 부분 기관투자자 비중이 크지만 시장을 형성하려면 기관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성 큰 파생 시장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손실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워낙 침체된 탓에 이 같은 세제 정책이 금융 산업 경쟁력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시장이 과열된 때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거나 신용 불량이 되는 경우도 있어 위험한 거래를 못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볼 때 선진국들도 파생 상품 자본 이득세를 도입하는 추세인 것은 맞다. 언젠가 과세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반대 안하지만, 해외도 자본 이득세를 도입할 때에는 투자자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검토 후 결정한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도 부정적 요소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도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마당에 유인은 못할 망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과세를 하기 전과 비교하면 충격은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들이 문제되는데 자국과 '이중과세 방지 협약'을 맺은 경우는 상관이 없지만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