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카드사로부터 약 1억건의 개인정보가 유포된 사건과 관련,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인 신상의 상당부분을 담고 있는 주민번호의 존재가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의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서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정중앙에 주민번호 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문 교수는 "(정보유출 후속대책에 대한) 정부 실패 이유는 주민번호 때문"이라며 "50년 전 섣불리 도입한 제도가 지금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번호를 통해 개인의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등 주요 정보를 알 수 있는 만큼, 사실상 개인정보의 '만능키'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문 교수는 주민번호 없이 경찰들만 사용하는 고유식별 번호를 사용하는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금융사들의 IT 분야 외주율이 높고, 보안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먹고 사는 생명체다. 나라로 치면 고객정보 보호는 국방과도 같은데, 어떤 나라가 국방을 외주를 주겠느냐"며 "누군가 보물을 가지게 되면 곳간 한군데다 두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 IT전문가가 없다. 이번 사태의 주무부처에 전혀 데이터 감각 가진 전문가가 없지 않느냐"면서 "인선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풀릴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며 정부의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할 때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 번호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11일 대표발의했다.
김제남 의원은 "주민등록번호 유출은 모든 개인의 프로파일링(해석 및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미 국제연합(UN)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제도 및 본인 확인제에 대해 개선 권고를 한 바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