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파행되면서 종교인 과세 및 국세청법 등 주요 법안들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19일 국회 기재위에 따르면 조세소위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가 마련해 온 종교인 과세 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국세청법 공청회(25일)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현재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되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야당은 안 사장이 사퇴하기 전까지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안 사장은 지난 2012년 트위터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종북,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비방을 한 전력이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를 문제삼으며 전날 있었던 관세청 등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안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20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조세소위도 파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25일로 예정된 국세청법 공청회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종교인 과세, 논의 어디까지? = 현재 종교인 과세는 정부가 두 가지 안을 대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과세하고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며 원천징수(원천징수세율 20%)만 할 수 있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종교계가 과세 방식에 반발하면서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통과가 되지 못했고, 정부는 지난 14일 조세소위에 대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두 안 모두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이란 세부항목으로 부과하되, 당초 필요경비의 80%를 공제해주는 내용을 수정해 1안은 소득구간별로 차등을, 2안은 근로소득공제율을 똑같이 적용하는 방식이다.
1안의 경우 기부금 공제 중 종교단체 기부금 공제 한도를 기존 10%(정부 원안)에서 30%로 확대키로 했으며 인적공제도 가능토록 했으며, 2안의 경우 인적공제, 신용카드 공제, 교육비, 의료비 등 각종 세액공제가 가능토록 했다.
근로장려금(EITC) 적용에 대해선 두 안 모두 '정확한 소득파악'이란 조건부 도입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세소위는 정부 대안에 대한 설명만 들은 채 본격적인 논의는 20일 조세소위에서 하기로 한 상황이다.
□ 국세청법 공청회 '불투명' =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국세청법 제정안은 국회 운영의 원칙대로 조세소위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제정법의 경우에는 해당 소위에서 반드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공청회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실과 조정식 의원실이 공동으로 자신들이 발의한 국세청법을 놓고 논의를 할 계획이었다.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바로 국세청장의 '내부승진 명문화' 여부. 지난해 8월 발의된 정 의원의 안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국세청장 임기제(2년)을 도입하고 국세청장 후보자를 국세청 소속 1급 공직자 중에서 추천하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조 의원의 안은 기본적인 내용은 비슷하지만 국세청장 후보를 외부인사도 가능하게 하고 국세청장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탄핵소추를 가능하게 한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당초 조세소위는 공청회를 연 뒤 두 안을 병합심사하기로 했으나 현재로서는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기재위 파행 사태, 장기화 되나 = 기재위 파행 사태의 핵심 열쇠는 바로 안 사장의 사퇴 여부다. 안 사장은 지난 2012년 "노무현 정권은 종북 하수인? 노무현이 청와대서 직접 밥 받아 먹는 등 격신 안 찾아 감동했더니 '전부 빨갱이'란 언론인 출신 친구말이 맞네"라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전날 있었던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며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청권자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 따지기로 했지만 현 부총리는 일정을 이유로 기재위에 불참했다.
이에 야당은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했고 안 사장은 사퇴하는 대신 야당 의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의원실을 찾아온 안 사장과 얘기를 나눴으며 안 사장의 사과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야당 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단 후문이다.
현재 야당은 안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절대로 의사일정을 재개할 수 없단 입장이며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안 사장이 계속 버틴다면 현 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사장도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재위 의사일정 중단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