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한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의 은행 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이고 바젤(Basel), 국제회계기준(IFRS) 등 금융 국제 기준의 시행과 국제회의 참여가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한 점은 한국이 금융 선진국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금융 감독 시스템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정치 리스크'를 문제 삼은 것은 우리 금융의 제도는 발전시켰는지는 몰라도 인식이나 관행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의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IMF가 정치 리스크를 지적한 것은 지난해 평가단이 방한한 당시가 새 정부 초기라는 시기적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장관급부터 고위직 관료, 당국 임원, 금융지주 경영진까지 상당수의 책임자가 바뀐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IMF는 굉장히 폭넓고 깊이 있는 인터뷰를 했다"며 "책임자들이 정치 리스크에 휘둘리는 것은 결국 제도나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인사 때마다 문제되는 것이 낙하산이다. 관료를 지칭하는 모피아 낙하산도 문제지만, 정치권력의 낙하산은 한국 금융을 병들게 하는 요인으로 늘 지목돼 왔다.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그 제도를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면 발전하기 어려운 것이 금융이다. 기술과 달리 아이디어를 지닌 인재가 중요하다.
IMF가 또 지적한 것은 이러한 정치 리스크 탓에 법 개정 작업이 느리고 그로 인해 시스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안 개정을 위해 여야가 합리적인 토론을 펼치지 못하고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IMF의 지적이 타당해 보이는 부분이 많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IMF 평가가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며 "수차례 소명 기회를 가졌지만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은 점도 평가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말은 당국의 변명으로 들린다. IMF 보고서는 외국의 기관투자자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가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IMF 평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금융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등 한국의 금융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 하고 금융산업과 환경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 당국자들의 몫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