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신용정보집중체계 개편 비용부담 등 이유로 난색
생명보험협회, 정보집중기구 일원화 찬성…"콘트롤 타워 필요"
최근 대규모 고객신용정보 유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공공성을 지닌 별도의 민간 정보집중기구의 설립이 제시됐다.
하지만 업계는 기존의 정보집중체계와 관련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구태를 보여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명동에 위치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용정보 집중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신용정보집중기구인 PCR(Public Credit Registry)의 역할을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별도의 기구에서 맡는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이 국내 금융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던 시기에 은감원의 업무가 은행연합회로 이전한 역사적인 이유와 신용정보 상당부분이 은행쪽 정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은행연합회에서 정보집중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민간기구인 은행연합회의 통제하에 정보활용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서도 신용정보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신용정보집중 체계와 관련된 논의가 부상중이어서 업계의 관심도 고조됐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보면 기존에 등록제로 운영되던 신용정보집중기관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집중기관 내에 중립성을 갖춘 신용정보집중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기존 기능을 확대해 공공목적의 조사·분석, 신용정보의 가공·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PCR 체계는 기존 신용정보법에 의해 등록된 각 업권별 협회 이외에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개발원이 보험요율 산출과 관련한 정보를 집중하는 체제로 돼 있다"며 "현 체제에 대한 개선 대안으로 업권별로 존재했던 기존 개별신용정보집중기관은 폐지하고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의 형태로 허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의 형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신용정보와 보험정보를 함께 집중하는 일원화와 이를 별도로 집중하는 이원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인정보의 보호와 신용정보의 활용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에 신용정보집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신용정보집중체계는 큰 틀에서의 논의뿐만 아니라 보호와 안전이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새로운 체제로의 이전과정을 원만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권별로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집중체제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갈렸다.
김성호 보험개발원 선임팀장은 "보험정보는 신용정보법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보험정보를 성격이 다른 신용정보와 함께 관리하는 것은 민감한 보험사고, 질병 정보가 신용평가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정보보호의 관점에서도 일원화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정보의 대량유출 가능성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해킹 등으로 건강이나 질병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며 보험정보 분산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윤상 전국은행연합회 상무는 "정보집중기구의 운영경비는 소속기구가 내도록 돼 있는데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반드시 전제가 된다"며 "한해 수십억원 규모가 될 것인데 구태여 별도의 공적기구가 필요한 지 의문이다"고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고객정보 유출과 신용정보집중기구와는 사실상 연관성이 무관한데 별도로 조직을 신설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재용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앞선 토론자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이 상무는 "금융정보 만큼은 공공성과 독립성을 가진 곳에서 잘 관리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보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며 보험정보만 별도로 집중기관을 설치하자는 것은 또다시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것이고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정보는 건강이나 질병 등의 정보가 포함돼 특수성이 있다고 하는데 엄격하게 관리하고 보안체계를 갖추면 되는 것이지 왜 꼭 이원화가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정보를 한 곳에 집중해서 독립적으로 관리하는것이 최선의 대안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용호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과거 정보는 이용을 전제로 보호됐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정보는 보호를 전제로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정보집중기구의 일원화냐 이원화냐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정보를 집중하겠다는 게 아니고 관리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지와 책임의 문제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정부의 고민은 신용정보냐 보험정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보호 속에서 어떻게 이용을 잘 하는 지 문제다"며 "패러다임은 변해서 정보는 보호를 전제로 둬야 하며 그러한 점을 감안해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