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좌에 고액을 맡겨둔 미국인 혹은 미국 납세자. 오는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에 의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권재환(사진) 미래에셋생명 일산제일지점 금융컨설턴트는 "미국 정부가 계좌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을 탈세자, 범죄자로 보고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 때문에 예금 크기에 따라서, 고의 여부에 따라서 많게는 수십만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다"고 조언했다.
FATCA 시행 전인 1970년대 이미 미국에서는 FBAR(Report of Foreign Bank and Financial Accounts) 제도가 있어 해외 계좌에 1만달러 이상을 맡겨 둔 예금주는 재무부에 신고해야 했다. 만일 FATCA에 의해 국세청(IRS)에 재산 정보가 넘겨지면 FBAR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지며 예금의 50%까지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동안 범죄에 연루돼 계좌 추적을 받지 않는 이상 금융 정보를 빼앗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평범한 사람도 악성 탈세자가 되거나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2~3년 전만 해도 미국 약 50만명의 세무사, 회계사 중 FBAR를 고민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신고하더라도 당장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고 때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지나갈 수 있지만 시간적 여유나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미신고 시 불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권 팀장은 최근 한 달 평균 10~15건 정도의 FATCA 관련 문의를 받았다. 그는 "상담 결과 대부분의 고객들은 세금을 피할 생각이 없으며 합법적으로 자금을 관리하고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권 팀장에 따르면 6년 전 영주권을 취득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 부부는 세무사에게 재산 신고에 대해 문의했으나 당시 해외 계좌 신고가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라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미국에서 사업 중인 50대 남성은 한국에 금융자산 6억원 정도가 있는데, 소득 수정 신고 후 사업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질까 큰 고민이다.
권 팀장은 향후 FATCA 규정이 변경되거나 리스트업(list up)되는 단계까지 고민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과 미국의 국세청이 납세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내년 9월부터. 100만달러 이상은 내년 9월, 5만달러~100만달러는 2016년 9월이다.
우선 현재의 자산과 소득을 신고하면 갑자기 증가한 금융자산으로 인해 IRS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자금 출처를 소명하거나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권 팀장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개개인의 자산이 급증하는 것을 주시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의 금융 계좌를 모아 금융 소득 수정 신고를 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6년의 금융 계좌를 신고해 한국에 낸 세금을 제외하고 누락분, 가산세, 이자를 납부할 수 있다. 또 OVDP(Offshore Voluntary Disclosure Program) 프로그램을 이용해 8년 치 금융 소득을 한꺼번에 신고하고 잔액의 최고 27.5%까지 벌금을 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권 팀장은 "신고 외에 부동산, 골동품, 그림 등 현물을 사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은행에서 금을 매입하는 사례도 있는데 현물 금이 아닌 은행 금계좌는 똑같이 신고해야 한다. 개인 대여금고도 신고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