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외국계…"지점·인력 모두 줄인다"
지방은행 '확장정책'…타 금융기관 인수 적극적
최근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이 서로 엇갈린 영업전략을 보이고 있어 이목을 끈다.
한국씨티은행, 한국SC(스탠다드챠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점포 축소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에 나선 반면, 지방은행들은 적극적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분주한 모습이기 때문.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권의 수익력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외국계 은행들은 '비용감소'를, 지방은행들은 '사업다각화'를 그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 외국계 은행, 다이어트 부작용 없나? =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98개였던 외국계 은행 지점 수는 작년 말 533개로 1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920개 지점에서 972개로 5.7% 증가세를 보인 지방은행들과 대비된다.
이와 더불어 SC은행은 산하의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매각대상으로 정했으며, 씨티은행은 올해 안으로 56개 지점과 600여명의 직원을 줄일 계획이다.
이 같은 외국계 은행들의 행보는 영업 효율성을 고려하겠다는 선택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퇴보된 수익성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거둔 4015억7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127억52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같은 점포라도 적자점포가 있고 흑자점포가 있기 때문에 영업방식을 합리화하는 차원"이라며 "기존의 사업구조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방법인 비용 줄이기로 효율성을 개선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만약 디플레 시대를 대비한다면 영업자산을 줄이는 것이 맞지만, 나중에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축소정책이 경기가 좋아질 때 (실적이) 함께 좋아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몸집 불리는 지방은행…실익 있을까? = 최근 M&A 시장에서 지방은행들은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BS금융은 경남은행, JB금융은 광주은행과 더커자산운용을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형국.
DGB금융도 이에 뒤지지 않고 최근 KDB생명과 현대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어 관심을 이끌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은행들이 인근에 있는 지방은행들을 인수하면 해당 권역 외에 다른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장지배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취임한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2017년까지 비은행업 비중 25%를 목표로 보험·증권 등에도 진출해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그룹의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비은행 분야로의 진출을 통해 사업다각화와 자회사 간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의 인수전 참여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효율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동안 사실상 은행이 그룹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지주사로서 범위의 경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험사나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만큼, 수익창출도 어렵고 시장금리 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 리스크가 있는 이자이익보다는 비이자이익 부분에 투자할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지방은행들의 작년 순익은 8241억500만원으로 3년간 28.9% 감소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들의 실적이 각각 57.7%, 43.7%씩 감소했고, 최근 M&A 대비를 위해 자산건전성이 일부 하락한 와중에 얻은 성적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뿐 만 아니라 국내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객과 밀접함을 유지하는 친밀 경영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