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보유수와 상관없이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분리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와 학계, 부동산 시장 등 각계각층의 요구에도 정책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주최로 11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의 평가와 바람직한 세제 방안' 토론회에서는 2주택자 이하·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임대사업자에게만 분리과세를 한다는 기재부의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기재부는 기존 정책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3주택 이상 보유자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종합과세가 아닌 분리과세를 할 것을 시사한 이후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수정·보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주택 보유 수와 상관없이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분리과세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며 각 언론에서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토론회를 앞두고 3주택자 임대소득 분리과세와 2주택자 전세금 과세 방안 백지화, 분리과세 기준점 3000만원 상향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정책방향 수정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 '꼿꼿한' 기재부, 분리과세 찬반대결된 토론회 = 하지만 기재부는 기존의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토론회 자체도 맥이 빠지면서 3주택자에게도 분리과세를 적용할지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과 2년 동안 비과세하겠다는 기재부의 안에 대해 찬반 의견이 대립됐을 뿐이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 토론을 주최한 안 의원 등 기재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널들은 임대차시장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하며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정책관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만큼 임대소득만을 기준으로 분리과세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투기자로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관과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안 의원은 과세유예기간을 3년 이상으로 연장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주택 수에 관계없이 임대소득금액을 기준으로 분리과세를 할 경우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3주택자는 전문임대사업자로 생계형인 2주택자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문 정책관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못을 박음으로써 이날 토론회는 원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만 이루어진 채 종료됐다.
□ 기재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 기재부가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학계는 물론 같은 정부 부처인 국토부마저 원안 통과에 난색을 표하면서 기재부가 원안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가 기재부가 만든 방안이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줄여나가려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기재부로서는 부담이다. 자칫 기재부가 정부의 정책기조에 반대를 한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국회의 반응도 기재부로서는 악재 중의 악재. 의원 입법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진 안 의원은 3주택자 분리과세, 비과세 기간 연장, 은퇴자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대책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법안 발의마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 내에서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원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2·26 방안 발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열흘만에 과세 2년 유예, 필요경비 60% 인상, 2주택자 전세임대 과세 등의 보완책을 발표한 것이 기재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스스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수정·보완한다면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돼 기재부가 먼저 나서 방안을 수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재부가 표면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되, 의원 입법을 통해 공을 국회로 떠넘기고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 관가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