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해당 과세연도에는 미국 거주자…역외소득 과세 못해"
완구왕 박종완 애드벤트엔터프라이즈 대표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2000억원대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벗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최근 완구왕 박 대표가 서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1999년과 2000년 종합소득세 등 총합계 약2000억원대의 세금 부과를 취소한다"며 박 대표에게 사실상 승소판결을 내린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행정법원은 두 나라 모두에 거주성이 인정되는 이중거주자의 경우 국가 간 체결된 조세협약 내용에 따라 어느 나라 거주자인지를 판단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2012구합29028)에서 "박종완 대표는 종합소득세 과세연도인 1999년과 2000년에 한국 거주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미국 거주자이기도 한 이중거주자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양국 간 체결된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권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미조세조약에 따른 박 대표의 '항구적 주거'는 미국으로 보인다며 "1999년, 2000년에 가족과 함께 거주한 항구적 주거는 미국이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당시 미국 거주자여서 한국에 납부의무가 없는 소득에 대해 과세한 것은 잘못이라며 "종합소득세 부과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과세당국은 "박 대표가 홍콩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얻은 소득은 제3국 원천소득에 해당하는데, 한미조세조약상 조약에 달리 정하고 있지 않은 소득에 대한 과세권은 거주지국에 전속시키는 규정이 없으므로 미국 거주자로 판정되더라도 국내법을 적용해 과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미조세조약 규정을 제시하면서 "미국 거주자로 판정된 이상 과세당국은 박 대표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할 수 있을 뿐, 해외 원천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며 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1987년 봉제완구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팍스를, 1994년 주식회사 근도물산을 각각 설립한 뒤 2001년 두 회사를 합병한 애드벤트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해 왔다.
애드벤트사는 국내 및 중국 소재 공장에서 생산한 봉제인형을 미국 TY 사에 수출했다.
박 대표는 홍콩에 1996년 해외직접투자 방식으로 근도HK를, 1997년 근도인터내셔널을, 2002년 MOA 인터내셔널을 각각 설립했다.
이후 근도HK와 근도인터내셔널은 중국에서 제조한 봉제인형을 태국에 수출했고, 애드벤트와 MOA가 설립된 후에는 MOA가 홍콩의 납품업체들로부터 납품받은 봉제인형을 애드벤트에 공급하면 애드벤트가 이를 태국에 납품했다.
과세당국은 박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뒤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골든 쿼터, 버추얼 캐피탈 등 4개 페이퍼컴퍼니를,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코어 캐피탈 등 3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홍콩 법인의 자금을 해외법인에 송금하거나 차명주주가 배당소득을 대신 수령하는 방법으로 소득세를 포탈했다"고 판단했다.
과세당국은 이들 홍콩 법인을 이용한 역외소득 탈루액이 1679억원 등 총 포탈세액만 1886억원대라며 박 대표에게 종합소득세와 가산세를 포함해 약 2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그러나 결국 행정법원에서 패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