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란' 목소리 커져 "후보 본인이 알아서 해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와 초재선 의원에 이어 당권주자들과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까지 '자진사퇴' 촉구에 나선 것.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를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강행할 땐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와대의 임명강행 뜻을 받아 그동안 문 후보자의 발언을 "기독교적 신앙관"이라고 비호했던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친박 핵심 서청원 '자진사퇴' 촉구…당 지도부 난감 = 앞서 유력 당권주자인 서 의원은 전날(17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문후보자 지명 이후의 언행을 하나하나 보고 국민의 여론을 많이 경청해본 결과 지금은 문후보자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심각한 자기 성찰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잘 판단해야한다"고 말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당권 경쟁에 나선 이인제 의원 역시 "청문회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총리직에는 정말 매우 곤란한 문제"라고 비판했고, 당내에서 자진사퇴를 처음 주장한 김상민 의원은 "문 후보자 인준은 일본과 역사전쟁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이라고 거듭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초선의원 6명이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이에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언쟁만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당내 '문창극 거부' 반란은 거듭될 전망이어서 당 지도부 입장 역시 난처한 상황이다.
지도부의 난처함은 이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자 문제로 정신이 없다. 알지 않느냐"며 기자들의 질문에 손 사례를 친 데서도 묻어난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서 의원의 사퇴촉구 기자회견에 대해 난감함을 내비치며 "(당) 내부 논의를 촉발시킬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청문회 해도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가능성↓ 표결땐 부결 가능성↑ = 문제는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강행 뜻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청문회를 진행해 표결로 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법 9조에 따르면 인사청문특위 등은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청문 기간은 3일 이내로 하도록 돼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인사청문회가 끝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국회의장에 제출돼 본회의 인준 절차를 거치게 된다.
때문에 이날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7월 2일, 전체 국회 심사 절차는 7월 7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또한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야당이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표결절차를 밟아도 새누리당 내 이탈로 인해 국회재적수 과반인 144표를 얻기는 쉽지 않다.
□ 총리 낙마 가능성 높아…내부 권력 투쟁 가속화될 듯 = 이에 전날 예정된 청와대의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이 보류된 것이 하나의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강행 의지를 밝히지만 국회에서 낙마할 경우 정권에 더 큰 치명타가 되므로 후보자가 알아서 판단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청문회 강행시 역대 정권에서 총리 낙마 세 번째라는 타이틀을 최초로 기록하게 되면서 당 내부에서 청와대와 지도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권력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표결로 가도 부결되는데 그렇게 되면 레임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 표가 안 나와 부결됐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으로서는 당 통제력을 잃게 되는 것이고 정권에 치명타"라며 "또 7.30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청와대는 치명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 관계자 역시 "청와대에서 스스로 지명 철회하는 것은 어렵다"며 "당 지도부의 입장이 전보다는 약하고 당권주자나 의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후보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거듭 자진사퇴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