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 지급 성과급 환수에 지연이자까지 청구
"방만경영 문제, 근로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셈"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로 이주한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재직 당시 받은 급여 중 성과급이 경영 실적에 비해 과오 지급돼 다시 반환할 것을 요청 받았기 때문이다.
A씨가 2009년 퇴사한 회사는 정부 산하의 공공 기관이다. 공문에 의하면 이 공공 기관은 2007년 과오 지급한 성과급 중 약 49%를 반환 요청한 상태이며, 만일 기한 안에 환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해 원금뿐 아니라 지연 이자를 청구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기관 개혁에 의해 의해 일부 기업들은 부채 감축을 실시하고 과거 지급한 성과급을 다시 환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공 기관들이 기준 없이 성과급을 환수하고, 이 같은 피해가 일부 직원에게만 돌아가 결국 방만 경영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산하의 공공 기관 운영위원회는 공공 기관들 스스로 부채 감축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한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공 기관 정상화 계획과 관계없이 과오 지급된 성과급은 환수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경영 평가 결과와 비교할 때 성과급이 잘못 산정됐으면 감사 대상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다른 관계자는 "공공 기관별로 성과급을 조정한 사례가 일부 있다. 시기나 직급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화 적용되기 때문에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산하 공공 기관은 총 125개. 정부가 공공 기관별 자구 계획을 검토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일이 다 들여다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K공공 기관의 인사 담당 관계자는 "성과급 반환의 경우 일괄적으로 비율을 적용할 수 없다.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가면 본부에서 환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공공 기관은 전체 경영 실적을 놓고 평가 받기 때문에 무리한 부채 감축 등 개선 계획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방만 경영 개혁이라는 본연의 목적과 달리 경영상 책임 있는 일부 경영진을 대신해 근로자에게까지 피해를 미칠 수 있어 논란의 소지를 남긴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성과급 반환 문제가 방만 경영에서 비롯됐다고 볼 때 누구의 잘못이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경우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 정부의 잘못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채 연구원은 "방만 경영의 문제는 정책 이행 등 공공성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마치 직원의 복리 후생 때문인 것처럼 바라보는 프레임으로 가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일반 근로자들까지 적대시하게 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