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갑작스러운 사의표명에 많은 국세공무원들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존재감도 존재감이었지만 주어진 일에 묵묵히 매달리며 국세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던 그의 명예퇴직이 가져다 준 충격파는 적지않은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햇수로 31년이다.
이중 26년을 그는 국세공무원으로 살아왔고 뼛속까지 '국세청맨'이 되고나서야 정든 국세청을 떠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전환 국세청 차장(사진).
아직은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도(53세) 불구하고 그는 후배들의 승진길을 터주기 위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국세청 1인자의 자리를 꿈꾸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자리(국세청 차장)에 앉아서도 그는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한 '일벌레'였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국세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이 차장이 뒤를 든든히 받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 차장이 조세정책은 물론 국세행정 다방면에 대한 두터운 업무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차장은 청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 김덕중 국세청장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김은호 전 부산국세청장, 송광조 전 서울국세청장 등 기라성 같은 행시동기들과 함께 국세공무원 생활을 해왔다.
1994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로 전출, 5년 동안 일하기도 했으며 당시 세제실 상급관리자들로부터 일 잘하는 후배로 톡톡히 인정을 받았다는 후문.
이후 국세청으로 돌아와 공주, 수영세무서장 및 중부국세청 개인납세2과장을 거친 후 일약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현 명칭 기준)으로 발탁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기획재정담당관 자리는 재경부에서 근무하며 기획력을 몸에 익힌 이 차장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대국회 업무 등 어려운 점이 많은 기획재정담당관 자리에서 무려 4년 가까이를 보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담배를 자주 찾다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이후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중부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잠시 일하다 다시 '전공과목'인 기획업무로 돌아와 국세청 기획조정관을 맡기도 했다. 아울러 국세청 법인납세국장과 징세법무국장까지 내리 역임하며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이후 부산국세청장을 거쳐 지난해 4월 국세청장과 행정고시 동기라는 결함(?)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차장 자리에 전격 기용됐다.
부하직원들을 대할 때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리더십으로 먼저 농담을 건낼 줄 아는 '센스'까지 겸비, 다소 권위적으로 보이는 인상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인물.
세무조사 분야 업무 경험이 없다는 것이 옥의 티로 꼽히지만 이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세무행정 경험과 세법지식이 두뇌 속에 저장되어 있다는 평가다. 굳이 필요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 여전히 분철해 놓은 세법전을 손 닿을 거리에 두고 살 정도라고.
흔한 말로 그의 '부사수'가 되어 일을 배운 한 국세공무원은 "과거 '사수'로서 이 차장을 보좌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치밀한 업무처리와 공부하는 자세, 빠지는 것이 없었다. 젊은 시절 이 차장을 만나 일을 함께 한 것은 최고의 행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전환 국세청 차장은…
▲1961년 ▲대구 ▲청구고-서울대 경제학과, 美워싱턴대 석사 ▲행정고시 27회
▲국세청, 재정경제부 세제실, 공주·중부산·수영세무서장, 중부청 개인납세2과장, 국세청 기획예산담당관, 국세청 재정기획관, 중부청 납세자보호담당관, 국세청 기획조정관,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