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4자리 공석…무늬만 개방형 직위 이번엔?
인사 적체 시달리는 금융위, 여론 눈치보기 극심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금융위원회가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하다.
현재 금융위는 고위 공무원에 해당하는 상임위원을 포함해 대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총 4자리가 공석인 상태이다.
문제는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와 공공 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지탄을 받으며 속칭 '관피아' 인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서 공직 사회의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을 비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사회적으로뿐 아니라 청와대도 인사 쇄신을 요구하고 있어 금융위의 인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008년 이후 안전행정부는 정부 기관에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외부의 민간인을 채용하도록 했다.
금융위의 경우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대변인, 국제협력관 등 고위직 상당수가 개방형 직위에 해당한다.
개방형 직위 선발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는 결원 발생 2개월 전 시험 계획을 수립하고, 임기 만료 2개월 전 10일 동안 모집 공고를 게재해야 한다.
지난 7일 도규상 대변인이 중소서민금융정책관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대변인 직무대리로 발령 났지만 채용 공고가 나지 않고 있어 상당한 인사 지연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는 개방형 직위를 채용할 때마다 안팎으로 내정자가 알려지면서 제도가 유명무실, '무늬만' 공개 모집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금융위로서는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고위직을 외부에 빼앗기기가 매우 쉽지 않은 난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보수적인 공직 사회에서 외부 민간인이 고위직을 맡을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복수의 금융위 관계자는 "개방형 직위 제도가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 조직 통솔이나 업무 추진에 있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그동안 채용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온 측면이 있지만, 이번에는 세월호 사고로 인사가 주목 받는 상황이라 내부 승진이 어렵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 출범 이후 외부에서 대변인이 선발된 사례는 없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위 산하 공공 기관의 인사 지연에 대해 "관피아, 모피아로 채우다가 세월호 사고 터지니까 눈치 보고 못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내부 인사의 내정이 거의 끝나 조만간 날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