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소외 계층, 실질적 도움 안돼
서민금융 이용자, 인식 개선 필요
기관 통합 두고 '관피아' 등 비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스스로 정보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빈곤, 장애, 질병을 겪으면서 과도한 빚에 시달려도 관공서 우편물조차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부가 경제적 취약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서민금융과 복지 제도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정보 소외나 인식 정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기관을 통합해 이용자의 편의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금융권에서는 낙하산용 자리 만들기를 겨냥하며 '관피아'(관료와 마피아 합성어)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햇살론 통합, 서민금융 연계 지원?…교육 문제 절실=16일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지원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서민 대출 '새희망홀씨, 햇살론'을 통합하는 동시에 고용·복지와 연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새희망홀씨와 햇살론은 각각 시중은행, 제2금융권에서 신청할 수 있고 신용 등급과 소득에 따라 자격 요건이 다르게 주어졌다.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대부업 등 사금융과 비교해 더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지원하는 취지이나 실제 상환 능력이 낮은 경우 역차별을 받거나 필요하지 않은 곳에 정책 자금이 지원되며 시장과 괴리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현재 시중은행의 새희망홀씨는 소득과 신용 등급이 3000만원 이하, 1∼4등급이거나 4000만원 이하, 5∼10등급인 경우 받을 수 있다. 제2금융권의 햇살론은 2000만원 이하, 1∼5등급이거나 4000만원 이하, 6∼10등급이다.
이를 통합해 운용할 경우 서민금융 이용자의 불편과 차별을 줄일 수 있지만, 시중은행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대출을 거절 당하는 사례가 더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 규모가 작거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서민 대출을 꺼려 과거 금융 당국이 실적을 공개하는 등 강제 수행을 독려하기도 했다.
제2금융권 대출 담당 관계자는 "자격에 문제가 없어도 지점장 재량에 의해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문의 받지 않는 이상 먼저 권유하는 일은 적은 편이다"고 전했다.
서민 대출을 이용하는 계층 사이에서는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일하며 안타까운 건 우리가 더 자세하게 알아 정보를 알리고 찾아가는 서민금융 서비스를 해야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서민금융기관 통합, 행정적 절차보다 인식 개선이 필요=이와 함께 금융위는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을 통합해 가칭 서민금융진흥원을 내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6일 성명서를 내 "모든 서민금융정책을 통합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관피아 자리 늘리기 목적이 아니라 이용자의 편익 증대를 위한 것이라면 껍데기만 합친 총괄 기구가 아니라 기존의 서민금융정책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금융감독원은 시장 상인과 자영업 종사자가 많은 지역에 시중은행의 서민금융 점포를 개설하거나 전담 창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민금융 점포가 운영된 지 1년 이후 승인된 서민 대출은 7400건, 금액으로 130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새희망홀씨 전체 실적인 1조9874억원과 비교해 10분의1에도 못 미쳤다.
N은행 대출 담당 관계자는 "요즘 들어 뉴스에서 새희망홀씨에 대해 자주 보도가 돼서인지 문의하는 손님들이 늘긴 했지만 남들 이목을 신경 쓰는 탓인지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