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명목상 대표이사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실제 소유주가 밝혀지면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바지사장이라도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돼 체납세금의 납부의무를 져야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와 주목된다.
A사는 부산광역시에서 건설자재 무역업 및 공동주택 관리업, 분양대행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A사가 부가가치세와 사업소득세 등 15건을 체납하자 과세당국은 A사의 대주주이자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등재된 K씨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보고 납부통지를 했다.
K씨는 A사 설립일부터 제2차 납세의무자지정 및 납부통지일까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또한 A사 발행주식 3만 주 전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씨는 자신에게 제2차 납세의무자지정과 체납책임을 지우는 것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거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명목상 대표… 경영 관여 안 해" VS "경영에 직·간접 관여"
K씨는 "A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체납법인인 A사의 실제 운영은 J씨가 했으며 관계자들 역시 J씨를 대표자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A사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J씨와 채권채무관계를 청산하고자 부득이 (K씨를) A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등록하도록 J씨에게 위임한 사실은 있다"며 "그러나 J씨가 속이고 허락한 범위 밖의 사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K씨는 A사의 설립도 J씨와 거래관계가 많았던 법무사 사무실의 사무장이 맡았고, 자신은 법인설립자금의 출처를 알지 못하며, 법인 설립 후 자본금은 법인통장으로 이체되지 않고 제3의 인물인 H씨에게 이체됐다고 주장했다.
K씨는 "세무당국이 J씨 사망 이후 세금계산서 발행과 세금신고에 관여했음을 이유로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역시 J씨가 사망한 뒤 자신이 형식상 대표이사 및 대주주로 등재돼 있었기 때문에 거래처와의 거래관계를 마무리해 주기 위해 개입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과세당국은 "A사의 부가가치세 신고, 사업소득세 및 원천세 신고, 법인세 신고 업무를 K씨가 세무대리인을 통해서 직접했고, J씨 사망 이후에는 K씨가 A사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전적으로 A사를 관리한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당국은 특히 "K씨가 J씨와도 친한 동생 사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경영에도 직·간접으로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또 "K씨가 처음에는 본인의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심판청구시에는 명의를 대여했다고 주장하는 등 주장의 일관성이 없고, J씨와 함께 사업을 경영한 경리담당자를 명의도용을 이유로 고소했다가 자진해서 취하했다"고 밝혔다.
심판원 "명목상 대표라는 객관적 증빙 부족"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A사의 등기사항일부증명서에 의하면 A사의 설립시부터 제2차납세의무자지정 및 납부통지일 현재까지 체납법인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어 경영에 정상적으로 관여할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더구나 K씨는 J씨에게 자신을 A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등록하도록 위임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점"을 강조했다.
심판원은 이어 K씨가 자신이 형식상의 주주 및 대표이사일 뿐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인들이 작성한 '확인서' 5건을 제출했으나 "이 자료는 객관적인 증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K씨의 주장처럼 A사의 금융거래내역상 J씨에게 금원이 이체된 내역이 나타난다고 해서 J씨가 A사에 대해 실질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K씨를 과점주주로 봐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 및 납부통지한 것이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참고 심판례: 조심2014부18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