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무원 반발에 부담…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기?
논의엔 공무원 배제, 공투본 오는 11월 100만 총궐기 예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정부가 만든 안(案)을 토대로 개혁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30일 "언론에서는 서로 당과 정부가 미루는 모양새라고 하지만 결코 그런 게 아니다"며 "공무원 연금을 관리하며 통계나 상황을 잘 알고 주체인 정부가 안을 제출하면 그 안을 당정이 협력해 처리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미루는 게 아니라 당정이 힘을 합쳐서 일관되게 나가야 의미 있지, 정부는 뒤로 빠지고 당이 앞장서서 나가는 것도 한쪽 밖에 힘을 못 얻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진행되어왔던 과정을 더듬어보면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간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있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 靑, 공무원연금 개혁의지 강해 정부 아닌 당에 압박 = 공무원 개혁 움직임은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취임1주년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시작된다.
특히 청와대는 개혁 드라이브를 당이 주도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정부에 맡길 경우 '셀프개혁'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의원들이 나서야하는 만큼 내년까지 선거가 없는 것도 당 주도를 원했던 이유로 꼽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청와대는) 정부에 맡기면 그게 제대로 되겠는가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어차피 국회통과를 해야 하는데 여당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4월 새누리당은 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 규제개혁과 공기업 개혁 외 공무원연금 개혁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때 공무원연금 개혁 분과 위원장이 비례대표 의원이던 안종범 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안 수석의 주도로 지난 4월부터 공무원연금 개혁은 당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경제 정책인 '줄푸세'를 만들어낸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 멘토다. 이후 안 수석이 국회에서 청와대로 옮겨가면서 주춤했던 당 연금개혁위는 안 수석과 절친인 김현숙 원내대변인이 맡게 됐다.
□ 공무원 반발에 새누리 부담, 정책위에서 '당정합의' 강조 = 하지만 당 차원에서 한국연금학회와 추진했던 개혁안이 공무원 노조의 거센 비난과 반발에 직면하자 당 내부에서 이견이 분출됐다. 특히 공무원과 척을 질 수 없는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협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군 단위의 지역구들은 퇴직공무원이든 현역이든 공무원들이 사실상 지역유지"라며 "의원들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공무원과 의원간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에 지난 24일 이완구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늦출 수 없는 과제지만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며 당 정책위원회의 당정협의를 통한 개혁을 내세웠다. 결국 청와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하는’ 의지를 당에, 당은 그 부담을 정부에 전가하면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됐다.
□ 공투본 "당사자 참여하는 '공론장' 만들라"…11월1일 '100만 공무원 총궐기' 예고 = 문제는 이 같은 논의에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적연금 개혁이 정권을 좌우하는 주요 이슈라는 점에서 선진국에서도 전 정권에 걸쳐 사회적 논의를 해왔다. 이에 공적연금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이날 새누리당이 앞서 의견 제출을 요구한 공문을 공개, "의견수렴이 형식적 절차이거나 압박행위가 아니길 바란다"며 공투본이 참여하는 공적연금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정부개혁안이 내달 중순께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공투본은 오는 11월 1일 연금개악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정용천 대변인 역시 "우리가 양보할 게 있으면 양보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당사자를 뺀 채 정부가 밀실에서 만들어낸 안을 가지고 의견 내놓아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듭 공적연금 공론화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