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보편적 복지 반대 속 "증세 없는 복지 고민"
문희상 "복지부족 상태, 재원마련 위해 증세 논의를"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예산 논란이 연말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다시 증세 논의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 일각에서도 복지증대에 다른 증세논의를 주장하고 나선 것. 하지만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거듭 내세우고 있고 새누리당 역시 당 차원에서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얼마나 탄력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지예산 논란과 관련,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면서도 공약사항인 누리과정과 이미 시행되고 있는 무상급식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최고위원은 누리과정-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중앙·지방정부-교육청 간 갈등에 대해 "정부여당은 무상보육이 의무지출 사항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정부여당은 무상보육을 공약하고 야당은 무상급식을 공약했기 때문"이라며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무상급식 제도는 문제가 있지만 정파적 갈등과 예산부족 문제로 중단되면 국민에게 면목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증세 없이 복지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부 기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하지 않는가"라며 "복지제도의 전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들을 진지하게 (여야가) 국가 장래를 생각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증세' 논의를 주장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은 OECD 최하위권이고 세금도 조금, 복지도 조금인 상황이다. 우리의 문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부족"이라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모두를 포기 안하려면 해법은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 예산심의 완료 이전에 급식과 보육 예산 모두 적정수준까지 반영되도록 여야가 부자감세 철회 등 증세에 합의해야 한다"며 "여야 관련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재원마련 방안 및 합의과정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다시 한다"며 '증세를 위한 대타협 기구'구성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무상)보육이냐 (무상) 급식이냐의 극단적 이분법으로 끌고 가면 파국은 불 보듯 뻔하다"며 "이 문제의 근본은 재원 조달에 있지 어느 한쪽을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증세 논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을 '개인의견'으로 선을 긋고 있다.
정책위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증세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특히, 앞서 김무성 대표도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경제적 여력은 커지지 않은 가운데 복지 욕구는 분출하고 있다"며 "나라 곳간이 부족한 상태를 심각하게 염려해야 할 시점이다. 남유럽처럼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만이 국가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고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복지 증대에 따른 증세 논의에 대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증세를 논의할 타이밍이 아니다"며 "세수기반이 무너지고 경기가 살지 않는 상황에서 증세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경기 침체'를 이유로 들었다.
김 대변인은 "야당에서는 부자감세 철회라면서 3대 세수(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세를 말하지만 기업은 지난 분기 '어닝쇼크'(실적 하락 충격)였고 자영업자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논의가 쉽지 않다"며 "그보다는 지방교육청 예산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