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출 44.4조원→39.3조원 이익은 1조9755억원→444억원
정유업계 "유가하락, 환율상승, 정부 가격물량 통제 3중고"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
세계경기침체로 유류의 소비량이 줄어 든데다 유가하락과 환율상승이 정유사들의 수익구조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한 정유4사의 2014년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정유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정유4사의 매출 합계는 39.3조원으로 전기보다는 다소 증가했지만 2012년 3분기 44.4조원, 2013년 41.7조원과 비교하면 계속 줄어들어 결국 30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영업이익도 2분기 1283억원 적자에서 3분기에는 444억원 흑자로 돌아 서긴 했지만 2012년 3분기 1조9755억원, 2013년 8364억원에 비하면 겨우 적자를 면한 정도라는 평가다.
정유4사 분기별 영업추이
◆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실적 합계 자료 : 각사 분기보고서
유가하락도 환율상승도 정유사에게 불리하게 작용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든 것은 국제 유가의 하락과 환율의 상승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경기침체로 석유제품의 세계적 소비량이 감소한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유사들은 대부분 중동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와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데 매입부터 매출까지 3~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비싼 원유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게 돼 정유마진이 그만큼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지난 2-3년 동안 계속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에 놓이게 됐다. 국내 유류제품의 가격도 지난 여름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9월에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대마저 깨져 정유업체는 비싼 값에 들여온 원료로 헐값에 제품을 파는 꼴이 되고 말았다.
휘발유가격 및 환율 추이
자료 : 한국석유공사 opinet
정유사들은 최근 상승하고 있는 환율도 전자, 자동차 등 다른 수출업체들과는 달리 정유사들에게는 불리한 요인이라고 하소연한다.
정유사들은 제품의 원료인 원유를 100% 해외에서 사오는 데 반해 정제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석유제품은 전체의 절반 정도만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이 오르면 수출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환차익보다 원유 수입값을 더 많이 지불해야하는 환차손이 더 커져 전체이익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정유4사의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 진다. 환차손과 이익은 영업외 비용과 수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영업이익은 400억원대의 이익을 실현했지만 당기순이익은 환차손으로 인해 손실이 났다. GS칼텍스, S-OIL은 영업이익이 144억원, 396억원 손실이 났지만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이 넘게 발생했다.
정유4사 3분기 영업이익ㆍ당기순이익 (억원)
자료 : 각사 3분기 분기보고서
정유업계 "영업환경 악화로 힘든 상황에도 정부의 각종 규제 버거워..."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오는 27일 열릴 세계석유장관회의에서도 OPEC국가들은 여전히 생산물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가가 계속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말이다.
정유업체들은 이러한 영업환경의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수년전 부터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화학, 윤활유, 원전개발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고도화시설 증설, 수입처 다각화 등 원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전체매출에서 90%에 육박하던 정유사업 비중을 80%대까지 끌어 내렸고 이번 3분기에는 화학, 해외 원전개발 등의 성과를 통해 미미하나마 2분기보다 나은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유업체들은 정유산업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선 업체들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얘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아무리 사업다각화와 원가절감을 해도 과거 호황시절에 만들어진 정부의 각종 물량·가격 통제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정유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최근 유통 가격이 그렇게 많이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유통물량과 가격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계속되고 있어 오히려 시장자율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수출을 살리기 위해 유가하락과 환율상승 정책은 어쩔수 없다해도 외국과 무역협정 등에서도 전자, 자동차를 밀어주기 위해 석유, 화학 제품이 희생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본의 경우 정부가 정유사의 사업다각화를 적극 지원하는 등 불황극복을 위해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